수입商 난립 소니TV 가격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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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산 일제(日製) 소니TV의 가격 인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백화점들이 지난 10~19일 새해 첫 바겐세일에서 소니TV를 일제히 전략상품으로 내세워 파격가로 판매한데 이어(본지 1월17일자 31면 참조)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일반 판매점의 소니TV 가격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지 고 있다. 이때문에 가장 대중적인 34인치 모델의 경우 판매가가 1년새무려 1백만원 가까이 폭락했다. 소니TV의 이같은 가격인하는 다른 제품과의 경쟁이 아닌 소니TV 수입상들간의 내부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행수입제 실시 이후 20여개 수입상이 난립하면서 자금력이약한 영세수입상들이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투매(投賣)'에 나서게 됐고 이에 따라 가격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소니 대 소니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소니TV 가격전쟁의 도화선에 제일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일본소니사의 한국내 공식 판매망인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약칭.소니크'). 소니TV중 가장 인기있는 34인치 제품의 경우 소니크가공식 수입을 시작한 96년4월 이전까지만 해도 중급모델의 소비자가격이 3백만원선에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소니크가 34인치 고급모델(34V25K)을 들여와 30여개 대리점을 통해 2백30만원에 판매하자 바로 1백80만원선으로 떨어졌고,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백화점 바겐세일에는 보급모델(32S25) 가격이 1백33만(뉴코아백화점 )~1백34만원(롯데백화점)까지 내려갔다. 이 모델은 용산전자상가에서도 1백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가격경쟁은 거의 전 모델로 확산돼 브라운관TV로는 최고가품인 37인치 모델(35V35)의 판매가도 3백50만원에서2백30만원으로 떨어져 국내 가전판매상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되고 있는 아남전자의 37인치 모델 공장도가격이 2백90만원이기 때문이다. 공장도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소니가 국산보다 60만원이나 싸다는 얘기다. 문제는 소니 수입상들간의 가격전쟁이 결과적으로 소니TV의 국내시장 저변을 확대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국산TV의 입지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전자상가내 화음전자 이시영대표는“자금력 있는 일부 대형수입상들이 주도하고 있는 가격경쟁으로 영세수입상뿐만 아니라 국산TV 판매상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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