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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사회분위기 어수선 소비심리 꽁꽁-설景氣 실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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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설날 경기가 완전히 실종됐다.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시장의 매기가 예년 설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남대문시장 포키아동복상가안의 한 점포주인은“예년 같으면 설대목 한달전부터 매출이 2~3배씩 뛰면서 분위기를 탔으나 올해는 설날 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울상이다.“경기가 안좋아 물건을 지난해의 3분의 2정도만 들여놓았는데도 그나마 팔리지 않아 설이후 상당기간까지 재고로 떠안아야 할 판”이라며 벌써부터 설이후의 가게 운영자금을 걱정 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남대문시장은 설을 열흘정도 앞두고는 전국의 지방상인들을 실어나르는 대형버스가 하루 평균 1백여대씩 몰렸으나 올해는 절반에 못미치는 40여대가 고작이다. 이같은 썰렁한 분위기는 비단 남대문시장만이 아니다.동대문.가락동도매시장등 새벽시장은 물론 중부건어물시장.청량리 경동시장등웬만한 재래시장들이 전례없는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실시하던 설맞이 판촉행사마저 취소하는 곳도 많다.거평프레야.디자이너클럽.아트플라자등이 몰려 있는 동대문시장 상가들은매년 설을 앞두고 스포츠카.대형 텔레비전.냉장고등을 내걸고 각종 판촉행사를 벌였다.그러나 올해는 입주상인들이 .장사는 안되고 비용부담만 된다'는 이유로 전면 취소해버렸다. 전국 최대의 건어물도매시장인 서울중부시장도 소매상인과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거의 끊겼다. 시장내 대진식품 주인은“오전 4시쯤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졸고 있을 정도”라며“지난해 대목때는 대구포 한가지만 취급해도손이 달렸었는데 올해는 워낙 불경기라 북어포.오징어로 취급품목을 늘리는 자구책을 써봤지만 매출액이 지난해의 30%에도 못미치는 최악의 상태”라고 주장했다. 경동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곳에서 나물류를 전문취급하고 있는 부성물산 관계자는“예년같으면 하루 2백내지 3백명씩 몰렸으나 올해는 하루 50여명이 띄엄띄엄 들르고 있다”며“올해는 제수비용을 아끼려고 수입산을 찾는 주부들도 상당수 늘어난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속에서 각 기업에서는 명예퇴직이 줄을 잇고 있는데다노동법파동.한보부도사태가이어져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는게 상인들의 말이다.민족최대의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심리가 이렇게까지 위축될 수없다는 것 이다. 한국시장협회 관계자는“설대목시장은 국민의 가정경제를 직접적으로 가늠할수 있는 척도가 된다”면서“시장의 매기가 이 정도라면전반적인 국내경제사정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같은 불투명한 시장상황이 회복될 조짐이 없다는데 있다 ”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주요 그룹들은 설을 맞아 휴무일을 하루정도 더 늘리기로 하는 한편 보너스는 예년수준으로 동결하고 선물도 다소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가라앉은 경기 때문에 가동률을 줄여야할 처지여서 휴무일을 늘릴 수밖에 없고 경기 절감을 위해서는 보너스와 선물비의 감축이 불가피해 이래저래 설 경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김시래.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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