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정태수회장 수사방향-정치인에 로비 집중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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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30일 오후 경희대병원에 입원중인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을 전격 소환,철야조사를 벌이는등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鄭총회장은 이날 소환 통보시각보다 15분 이른 오후2시45분쯤 정태류(鄭泰柳)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편으로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 鄭총회장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함구한채 곧바로 11층 조사실로 직행. 하지만 그는 95년11월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으로 소환될 당시 자신만만하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 현관을 지키는 대검 청사의 경비원도“鄭총회장은 이번이 다섯번째 검찰 소환이라 경험도 많을텐데 의외로 굳어 있는 것 같다”고 한마디. …鄭총회장의 비서진은 검찰 신문에 대비해 자료를 준비해 왔느냐는 질문에“그분은 워낙 기억력이 비상해 웬만한 수치는 전부 외우고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 그러나 鄭총회장은 오른쪽 주머니에 불룩할 정도로 약봉지를 넣어와 밤새 계속될 끈질긴 검찰 조사에 대비한 모습. …鄭총회장은 소환 첫날 대검 11층 일반 조사실에서 지병인 당뇨치료를 위해 의사가 처방한 음식을 집에서 가져와 먹었다고 한 수사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당초 鄭씨가 조사도중 귀가를 원할 경우 긴급체포할 계획이었지만 鄭씨가 언론에 자주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철야조사에 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관계자는 鄭씨를 예상보다 빨리 소환한 배경에 대해“바둑에서 꼭 정석만 두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鄭씨가병원에서 증거인멸을 진두진휘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소환을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 관계자는 또“鄭씨 비밀계좌에 대한 추적작업은 컴퓨터 디스켓등압수한 물품.장부에 대한 분석을 모두 마치고 한꺼번에 압수영장을 청구,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수사방향을 설명.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은 “한보 관계자 1명에 대해 추가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며 김대성 자금담당상무의 해외출국등 자금담당자의 잇따른 잠적에 신경이 쓰이는 듯한 표정.李기획관은“잠적한 사람들이 한보그룹의 실세라고 볼 수는 없으 나 참고인 조사가 필요한 인물들이라 소재를 계속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鄭총회장은 이날 오후2시쯤 입원중이던 경희대병원병실문을 나서며 취재진에“수고했어요”라고 인사말. 鄭총회장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잠시 포즈를 취하고는 곧바로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갔으며 정태류 그룹고문변호사와 목인규(睦仁圭)의전팀장이 동승했다. …鄭총회장은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며 담담한 표정으로 병실밖으로 걸어나왔으나 부축은 받지 않았고 혈색도 비교적 좋아보였다.鄭총회장은 정장차림에 검정색 모직코트를 입었으나 겨울용 골프모자를 쓰고 중풍탓으로 발을 편하게 하기 위한듯 흰색 바탕에 파란무늬가 있는 운동화를 신는등 옷차림이 다소 어색.병원측은“鄭총회장은 퇴원이 아니라 외출허락을 받은 것으로 오른쪽 상반신과 하반신에 약간의 마비증세가 있어 신경과 정밀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鄭총회장이 소환되자 대검 청사 주변에는 한보 비서실 직원과임원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서성거리며 수사 전망과 그룹의 장래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속옷이 든 쇼핑백을 들고 있던 한보의 한 직원은“모시던 상사가 밤새 조사를 받아 갈아입을 옷가지를 들고 왔다”며 구체적인언급을 피한채 수사관 안내를 받아 조사실로 올라갔다. 〈정철근.강갑생.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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