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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책 덕본다”… 전선주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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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국 정부가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쏟아 붓는 돈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금본위제 등에 묶여 정부가 돈을 맘대로 풀지 못했던 1930년대 대공황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부양책이 쏟아지면 투자자의 수혜주 찾기가 함께 시작되게 마련이다. 26일엔 전선업이 주목을 받았다. 대한전선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LS·일진전기도 각각 1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각국이 기간산업인 전력 분야 투자를 늘려 혜택을 볼 거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경기 침체 버텨낼까=전선업체의 주력 제품은 전력선과 통신선이다. 전기·통신 회사가 투자를 늘려야 매출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전선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산업 발전과 중동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수요가 늘면서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세계 경기 둔화로 투자가 줄어들 거란 전망에 올 들어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영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걸로 보고 있다. 전선 업체들은 대부분 주문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어 그간 받아놓은 수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면서 각국 정부는 한 푼이라도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정재훈 수석연구원은 “상당수가 국영 기업인 각국 전력회사가 투자를 확 줄이긴 어렵다”며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LS의 매출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이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성장률은 3.5%에서 2.6%로 떨어졌다. 하지만 LS의 매출액은 되레 9% 늘었다.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졌을 때도 OECD 국가 성장률은 4%에서 1.2%로 추락했지만 LS의 매출액은 크게 줄지 않았다.

◆세계는 여전히 전기 부족=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망이 더 밝다. 전 세계에서 아직 전기가 안 들어가는 지역에 사는 사람은 16억 명에 달한다. 언젠가는 이들 지역에도 전력 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전력생산이 약 3경4000조㎾h로 2005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걸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30년까지 연평균 1150억 달러를 발전 및 송·배전 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도 남는 전기가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국은 2004년을 정점으로 꺾였다. 에디슨전기연구소(EEI)는 2004년 53억 달러였던 미국의 송·배전 시설 투자액이 2010년 102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LS는 8월 미국 회사 수페리어에식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많이 넓어진 상태다. LS는 내년 5월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2억 달러 규모의 이 시장에서도 세계 주요 업체와 경쟁이 가능해진다. 일진전기도 미국의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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