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뜬구름 잡는 국방개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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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방부가 24일 공개한 ‘국방개혁 2020’의 조정안에 감동은 없었다. 2020년까지 621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써서 한국군을 어떻게 개혁할지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한국군 병력 규모를 현재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감축해도 전투력은 강화된다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부터 든다. 따져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5년 계획 발표 당시부터 개혁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조정안 역시 그 모습 그대로다.

개혁의 목표는 ‘정예화된 선진 강군’이다. 그런데 육·해·공군 저마다 값비싼 최첨단 무기만 요구할 줄 알았지 살과 뼈를 깎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공부는 안 하면서 참고서 값만 타내려는 ‘불량학생들’ 같다.

국방부는 개혁의 방향으로 ‘현재의 위협에는 작전적으로 대비하고 미래 위협은 전략적으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북한군의 위협을 현재 우리 군의 전투력을 잘 활용하도록 작전을 짜서 대응한다는 하나마나 한 얘기다. 국민이 우려하는 북한군의 탄도미사일·핵무기·장사정포·특수부대 등 위협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 위협에 대한 전략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이 아니라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육군의 경우는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기동군단을 1개 늘려 2개를 갖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육군이 구상하는 미래 기동군단 1개만으로도 155마일 전선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데 꼭 예비기동군단이 하나 더 필요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눈앞의 문제만 땜질 처방하다 보니 정작 2020년이 됐을 때 다시 한번 손을 봐야 하는 상황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공군은 현재 500여 대의 전투기를 410대 규모의 첨단 전투기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전투기가 100대 이상 줄어들면 당연히 필요 없는 공군기지가 생긴다. 유휴 공군기지를 사회에 환원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북부전투사령부를 1개 더 만들어 지휘구조만 복잡하게 됐다.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전투사령부-비행단의 3중 지휘구조가 돼 공군의 생명인 신속한 대응체계가 위협받게 생겼다.

국방부가 공개한 조정안 자료에는 예산문제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예산 확보에 대한 구체적 의지 없이 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도 궁금하다. 같은 날 열린 국방연구원 공청회에서도 예산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8개월간의 작업이 결국 탁상공론이었나 안타까운 심정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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