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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따뜻한 칵테일’ 그대의 마음 뺏을까 녹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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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글=송지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1)핫 토디

영국식 핫 토디의 오리지널 버전. 스템 글라스(다리가 있는 글라스)에 버터와 설탕·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녹인다. 그 위에 넛맥(육두구) 파우더를 뿌리면 완성.

·재료=화이트 럼 1.5온스, 화이트 슈가 파우더 1티스푼, 버터 1조각, 넛맥 파우더 약간(스템 글라스 )

(2) 알함브라 로열

스패니시 핫초콜릿(우유, 초콜릿 파우더, 잘게 다진 오렌지 껍질을 넣어 끓임)을 만든 후 코냑 혹은 브랜디를 넣고 살짝 저은 다음 위에 휘핑 크림을 올려준다.

·재료=코냑 1.5온스, 핫초콜릿 1컵, 돌려 깎은 오렌지 껍질 1개, 휘핑 크림 1.5온스(핫초콜릿 머그)

(3) 핫 버터드 모카

대표적 윈터 칵테일인 핫 버터드 럼의 맨해튼 최신 유행 버전. 핫 버터드 럼을 베이스로 사용, 버터 향기가 농후한 조금 쓴맛의 칵테일. 핫커피에 아래 재료를 넣고 저어주면 된다.

·재료 =버터 스카치 1온스, 핫커피 8온스, 초콜릿 파우더 2티스푼, 크림 1온스(큰 커피잔)

(4) 핫 티 토디

생강·레몬·꿀을 넣고 끓인 물에 얼그레이 티백을 우려낸다. 거기에 럼과 오렌지주스를 넣고 저어 마신다.

·재료=골드 럼 1.5온스, 얼그레이 티백 1개, 시나몬 파우더 약간, 오렌지주스 1온스, 생강 1조각, 얇게 썬 레몬 1조각, 꿀 1티스푼(아이리시 커피컵)

(5) 진 토디

진을 따뜻하게 먹는 방법. 해열 및 이뇨 효과가 있어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다. 아래 재료를 넣고 살짝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마신다.

·재료=진 2온스, 물 2티스푼, 슈가 파우더 0.5티스푼, 돌려 깎은 오렌지 껍질 1개(올드 패션드 글라스 또는 템블러)

(6) 글뤼바인

독일 등에서 겨울철에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와인 음료. 감기약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재료를 잘 섞은 후 약한 불에 은근히 데워준다.

·재료=레드 와인 1병, 설탕 시럽 75mL, 계피 스틱 1개, 오렌지·레몬 껍질 각 1개, 정향 5g (저그)


칵테일이 따뜻하다고? ‘따뜻한 칵테일’은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몰라도 미국 뉴욕과 북유럽에선 이미 대중 바의 메뉴에 올라가 있을 만큼 친숙한 술이다. 유럽에서는 겨울이면 포장마차에 모인 사람들이 끓여 마시는 와인인 ‘글뤼바인’으로 추위를 달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뜻한 칵테일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운 겨울이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한파와 감기를 이기기 위해 일종의 약으로 마셨다는 것이 일반적인 속설이다. 『Stylish 칵테일』의 저자이자 디아지오 홍보대사인 장동은씨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얼음이 들어간 칵테일은 인공 얼음이 발명된 이후 널리 퍼진 것으로 그 역사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지만, 따뜻한 칵테일은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엔 증류주나 와인을 약으로 먹었는데, 특히 보드카·위스키·브랜디 등을 뜨거운 음료에 함께 넣어 원기 회복, 감기 예방 등의 목적으로 복용했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칵테일은 주로 겨울에 마시기 때문에 ‘윈터 칵테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윈터 칵테일은 무엇을 주원료로 하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보통은 따뜻한 차·커피·핫초코 등에 다른 술을 배합해 제조하는데 ‘글뤼바인’은 와인 자체를 끓여 만들기 때문에 예외다.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바 ‘블러쉬’의 김현진 바텐더에 따르면 세계바텐더협회에 등록된 칵테일은 25만~26만 가지. 이 중 따뜻한 칵테일은 1000여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칵테일이 나오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 있는 윈터 칵테일로는 차를 바탕으로 한 ‘핫 티 토디’, 커피에 술을 섞은 ‘아프리칸 핫 펀치’ ‘갈리아노 핫 샷’ ‘핫 버터드 모카’ 등이 있다. ‘알함브라 로열’은 핫초코에 코냑을 섞어 만든 것으로 여성이 즐겨 마신다.

장씨는 “따뜻한 칵테일은 찬 칵테일에 비해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취하려고 여러 잔 마시는 게 아니라 자기 전 또는 원기 회복을 위해 한 잔 정도 마시는 칵테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따뜻하기 때문에 알코올이 일부 증발해 도수는 떨어질 수 있어도 따뜻한 향이 풍부하게 발산되어 그 풍미를 더욱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는 아직 윈터 칵테일을 정식 메뉴로 파는 곳이 많지 않다. 글뤼바인을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손님이 원하는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바가 많으므로 괜찮은 곳에 가면 취향대로 맛볼 수 있다. 재료만 잘 준비한다면 집에서도 만들어도 된다.


칵미남
김현진씨 “상식 깨는 액체 요리사 되고 싶어”

‘칵테일에 미친 남자’. 김현진(34) 바텐더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취미인 여행을 즐기다 칵테일을 만났고, 그 세계에 빠졌다. 어느새 칵테일은 그의 전부가 됐고, 그는 칵테일에 인생을 걸었다. 원래 술과 여행을 좋아했다는 김씨.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지금까지 가본 나라가 47개국이다. 여행 때 현지 유명 바는 빼놓지 않고 들렀다. 그러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바에서 그는 칵테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게 됐다.

“칵테일에 초콜릿이나 호박도 넣더라고요. 생바즐 잎도 으깨어 넣고, 오븐에서 구운 토마토도 즙을 내 칵테일로 만드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까지 칵테일은 액체끼리의 결합이라고만 생각해 왔었거든요.”

칵테일의 넓고 깊은 세계에 놀란 그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 무렵 여자친구와 함께 간 바에서 바텐더를 보고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낀 것도 그의 칵테일 공부에 자극제가 됐다. 칵테일 관련 책 150여 권을 모아 이론 공부를 했고, 틈날 때마다 외국 유명 바의 칵테일을 맛보러 다녔다. 신기한 칵테일을 발견하면 레시피가 적힌 메뉴를 슬쩍 가져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98년 바라던 바텐더 자격증을 따고 이듬해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 바텐더로 취직했다. 현재 이 호텔 바 ‘블러쉬’에는 바텐더 24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대표 바텐더다.

김씨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시아 태평양 바텐더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2위에 입상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올여름 세계바텐더협회에서 주관하는 엘리트 바텐더 코스에 참가했을 때 ‘Nutty Korean(풍미가 있는 한국인)’이라는 창작 칵테일을 만들어 협회에 등록했다. 그동안 하나 둘 만든 창작 칵테일이 300여 종에 이른다.

“같은 마티니 한 잔을 만들더라도 내 손님의 음주상태와 날씨 등에 꼭 맞춘 마티니를 만들 수 있는 게 칵테일의 세계입니다. 동일한 재료로도 ‘나만의 꽃(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것, 그게 바텐더의 매력이지요.”

그는 앞으로 상식을 깨는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단순히 음료를 섞는 ‘mixologist(칵테일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liquid chef(액체 요리사)’가 되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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