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비리의 온상 농협 이대로 둘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농협은 조합원 240만 명의 국내 최대 농민단체다. 그러나 1~3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농협 회장=구속’이란 등식은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그런 농협이 또 비리의 도마에 올랐다. 검찰 수사 내용만 보면 농협은 한마디로 ‘봉’이다. 세종증권은 비싼 값에 사들이고 자회사인 휴캠스는 헐값에 팔았다.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 장사가 없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로비자금이 뿌려지고 주가조작까지 벌어졌다. 그렇다면 이 불법거래의 최종 희생자는 누굴까. 결국 농민들이 그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농협 회장은 권력 향배에 민감한 자리다. 정대근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과 인접한 경남 삼랑진 조합장 출신이다. 현 최원병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포항 동지상고 선후배 사이다. 그래야 대(對)정부 관계에서 역할을 발휘해줄 것이라는 조합원들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다. 뒤집어 보면 농협 회장은 그만큼 권력 비리에 휩싸이기 쉬운 자리다. 그동안 예방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엔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 회장을 상임에서 비상임 명예직으로 바꾸고, 업무결재권과 예산권을 각 사업부문 대표에게 넘겼다. 그런데도 농협 회장의 권한 남용과 비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인사권을 움켜쥐고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이 농협 주인이라는 말은 이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려면 농협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인사추천권을 비롯한 농협 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래야 ‘1인 회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 농협의 운영은 공기업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대법원이 “국민 경제와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업무의 공공성이 현저하다”며 농협중앙회의 임직원을 준공무원 신분으로 판결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협이 정치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견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끝없이 반복되는 농협 비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