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3시간 앞두고 달아났다 잡힌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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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막상 사회로 나가려니 출소의 기쁨보다 이 사회가 나를 받아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순간적으로 냉담한 사회보다 교도소에 남는 것이 편할 것같아 일부러 도주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가석방을 3시간여 앞두고군산교도소 생활관에서 달아났던 재소자 이광근(李光根.25)씨가탈주 5일만인 25일 오전 붙잡혀 교도관들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초범인 李씨가 가석방 재소자들의 사회적응 훈련을 받기 위해수용됐던 교도소 생활관에서 오전10시 석방시간을 앞두고 탈주한것은 지난 20일 오전6시30분쯤.
이날 오전6시쯤부터 교도소 생활관 주변에는 가석방을 앞둔 동료 재소자들의 가족들이 출소자들을 맞기 위해 도착했고,李씨도 가족들을 찾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李씨의 아버지(77.농업)와 어머니(68)는 아예 아들이 가석방되는 줄도 몰랐고 형제 5남매도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안됐다. “가석방이라는 기쁨으로 2개월간 생활관에서 생활해 왔으나막상 석방일을 맞고 보니 그동안 면회 한번 오지 않았던 가족들이 나를 받아줄 것인지,직장은 쉽게 구할 수 있을는지,만약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또다시 범죄의 구렁텅이로 빠져 교 도소를 들락거리는 영원한 재소자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지등 갖가지 두려움이 앞서 차라리 이곳이 나을 것같아 도주했습니다.” 李씨는 감시가 심하지 않은 생활관 정문을 통해 도주,인근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저녁을 지낸 뒤 교도소에서 4㎞가량 떨어진 전북군산시옥구읍선연리로 달아나 이 일대 빈집과 교회등지에서 물만마시며 5일동안 도피생활을 했다.
이날 교회주변을 서성이다 교도관들에 의해 붙잡혔을 때는 심한탈수증세를 보여 교도소내 의료시설에 보호돼 치료받고 있다.
李씨는 지난 92년 10월 서울 모유흥업소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을 강제로 성폭행(강간치상)한 혐의로 93년 5월 서울지법에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교도소에서는 모범수로 인정받아 지난해 11월20일 가석방 명령을 받고 군산교 도소옆 생활관에 수용돼 군산시내 공장에 다니며 사회 적응을 위한 어망제조기술을 배워왔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李씨는 도주죄로 재구속돼 만기출소일인 5월4일까지 도주죄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앞으로 6개월 가량의 형량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서형식.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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