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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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론스타에 헐값 매각된 게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는 24일 론스타와 짜고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 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52)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별도로 납품업자에게서 6000만원을 받고 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보석 결정은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지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핵심 쟁점이던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과 론스타에 부적법한 인수자격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변 전 국장 등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 산정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외환은행에 신규자본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론스타와의 협상 결렬 가능성을 줄이고 대주주에게 신주 발행 및 구주 매각을 설득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론스타의 인수가격을 고의로 낮춰주거나 예외적으로 인수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론스타에 대한 ‘예외승인’이 변 전 국장의 배임죄가 되려면 예외승인이 잘못된 것을 인식하면서도 금융감독위원회에 예외승인을 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예외 승인’이란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경우 은행법상 원칙적으로 대주주가 될 수 없는데도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적용해 론스타에 인수 자격을 줬다는 것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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