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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조건부 대북 유화책 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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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유화 정책을 쓰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건(컨디션)을 내걸 것이다. 잘될 경우 인센티브가 따르겠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반드시 제재가 뒤따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로 내정한 한 핵심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전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여야 공동 방미단의 일원으로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박 의원은 24일 “오바마 당선인의 대북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장관 내정자가) 이같이 대답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방미단은 박 의원을 포함해 박진 외통위원장과 황진하 의원(이상 한나라당), 문학진 의원(민주당) 등 4명이었다.

복수의 오바마 당선인 측 핵심 인사들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대북 정책이 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면서도 한국의 의사를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방미단이 만난 인사들은 또 오바마 당선인이 민주당 출신이지만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새 행정부는 탈 이념의 행보를 보일 것임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당선인의 핵심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관련, “오바마 정부는 한국에서 보수라고 하는 이명박 정부보다도 어떤 면에서 (이념적으로) 더 오른쪽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국이 말하는 진보와 미국이 말하는 진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또 다른 오바마 당선인 측 인사는 “오바마 당선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권이며, 차기 미국 정부는 대외 관계에서 인권이란 원칙을 분명히 지킬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오바마 측 인사들은 한국이 (그동안) 북한 측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며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측은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불확실한 이유도 노동자 인권과 관련돼 있다”며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도 글로벌 수준의 인권을 요구할 것이며, 중국에도 경제가 성장한 만큼의 인권 문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외신으로만 접하던 것과 달리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기류가 훨씬 보수적임을 확인했다”며 “오바마 정부는 한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란 원칙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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