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한국노동법 유럽식 토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왜 한국인들이.불만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본부에서 토론회가 벌어졌다.토론 결과 한국 사정이 아무리 딱해도 새 노동법이 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동료간 압력방식(peer pr essure)'을 통해 경고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이 비공개 경고방식이공개비난보다 훨씬 부드럽기 때문이다.먼저 독일 대표가 입을 열었다. “뛰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독일 기질이다.개정 노동법이만의 하나라도 경제에 타격을 준다면 큰일이다.한국 경제는 지금1,2차 오일 쇼크에 비견할만한 위기에 빠져 있다.이 마당에 복수노조를 인정해봐라.상급단체에선 상급끼리,사업장에선 하급끼리주도권 장악을 위한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모두 일을 내팽개칠 것이다.또 기업이 휘청거릴 지경이면 정리해고 없이 어떻게견딜 수 있나.” “나 프랑스 대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노조가 인정되면 혼란이 올 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모두 예단(豫斷)에 의한 것 아닌가.한국 외무장관은 지난해 10월 OECD에 보낸 비밀 편지에서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 규정을 국제수준 에 맞게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은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복수노조를 인정하고 공무원.교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한다.우선 이렇게 노동법을 개정해놓고 보자.뛴 다음에 생각하는것이 프랑스 기질이다.그러나 그것이 경솔의 상징은 아니다..분명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못들어봤나.실증되지 않은 미래의 일을 빌미로 현실을 구기지 말란 말이다.” “나 영국 대표는 두 분의 혜안(慧眼)에 감탄한다.뛰면서생각하고,생각하면서 뛰는 것이 영국 기질 아닌가.노동법을 개정하기도 전에 부작용부터 걱정하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태도다.그러나 부작용이 명백히 예상되는 대목도 개정에 포함시키 자는 주장 역시 잘못됐다.그러니 이렇게 하자.복수노조 인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적응할 시간을 갖기 위해 유예(猶豫)기간을 두고 실시하자.공무원.교원노조는 한국인의 정서에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니까 장래의 과제로 넘기자.정리해고는 기 업에 꼭 필요하나 근로자의 우려가 크니까 실시 요건을 엄격히 규제하자.” 그러자독일.프랑스 대표가 입을 비쭉이며 수군댔다.
“어쭈 저만 종합(綜合)을 잘 하는줄 알아.” “미안하지만 그대의 종합안은 한국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에 성공하긴 했으나 바로 그 때문에 정부.여당이 묵사발되고 있는 중일세 그려.” “저 친구는 지금 서울에서 오류(誤謬)를 관용(寬容)하지 않는침묵의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는 것도 몰라.
.아아 비겁한 민주주의여 안심하라/우리는 정치 얘기를 하고 있었던게 아니야/우리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았고/그는 그 전처럼욕도 하지 않았고/내 찻값까지 합해서 백원을 치르고 나가는/그의 표정을 보고/나는 그가 필시 속으로는/나를 포 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그는 그 전하곤 달라졌어/그는 이제 조용하게 나를 경멸할줄 알아'”(金洙暎의 시.H'에서) “뭐,두 사람 찻값으로 1백원을 냈다고?” “1966년에 쓴 시야.” (수석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