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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빌려쓰는 IT’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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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간판 정보기술(IT) 업체인 IBM은 최근 한국에서 야심찬 글로벌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서울 도곡동 한국IBM연구소 안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라는 걸 만든 것. 이 시설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 회사에 소프트웨어(SW)를 빌려주거나 데이터를 저장해 주는 곳이다. 요금은 전기나 수도처럼 쓴 만큼 받는다.

이처럼 ‘빌려 쓰는 IT 서비스’가 불황기를 맞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고가 IT 기기나 서버·SW의 임대 수요가 경기 한파를 맞아 더욱 늘고 있는 것. 10년 전 불경기 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인 정수기를 렌털 사업으로 돌리는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수기·비데 같은 전통 내구소비재에서 SW·서버나 컴퓨터·프린터 같은 기업용 첨단 IT 기기나 서비스로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SDS의 박승안 전무는 “불황기에는 경비 절감을 위해 IT 자원을 공유하려는 추세가 더욱 강해진다. 우리 같은 시스템 통합(SI) 업체엔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사이버 창고’ 임대사업=무엇보다 SW를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고객 회사는 SW 구입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서비스하는 업체는 장기 고객을 확보해 윈윈(Win-Win)하는 장사다. 삼성 관계사들은 자체 서버를 없애는 대신 계열사인 삼성SDS의 데이터센터에 비즈니스 데이터를 넘겨 저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데이터 저장 비용이 만만찮아 기존 저장 장비와 운영권을 삼성SDS에 넘기고 필요한 기기나 SW는 빌려 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진작부터 ‘빌려 쓰는 IT’ 수요에 주목했다. IBM의 경우 도곡동 센터 같은 것을 일본·중국 등지 5곳에 구축했다. 금융·통신처럼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업종이나 정부 기관을 주 고객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의 닉 도노프리오 수석 부회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경비절감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에 ‘윈도 애저’ 서비스를 공개했다. 고객의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데이터센터에 저장해 주는 일이다. MS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신호로 업계는 본다. 미국 구글은 글로벌 네티즌을 상대로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다양한 문서SW를 웹에 저장해 놓고, 언제·어디서나 꺼내서 작업할 수 있는 ‘구글 웹 오피스’ 서비스를 한다. 미 시장조사 회사인 IDC는 SW의 임대시장 규모가 2012년에는 현재의 3배 수준인 4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망했다.

◆기기 임대는 기본=TG삼보컴퓨터는 이달 초부터 전국의 PC방을 상대로 컴퓨터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12·18·24 개월 단위로 컴퓨터를 빌려준다. 계약 기간 설정은 PC방의 컴퓨터 업그레이드 주기를 감안했다. 2만 대 정도인 PC방 단말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노리고 있다.

프린터 임대 서비스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 삼성토탈은 삼성SDS의 프린터를 임대해 쓰는 효과가 쏠쏠하다. 우선 문서 출력 비용이 15% 줄었다. 삼성SDS 입장에선 4년 서비스 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늘렸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업계를 상대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공급(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방식의 임대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처음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회계·재고관리 등 기본 업무 용도의 SW 렌털 서비스는 중소업체의 20% 이상 도입한 걸로 추정된다.

최익재 기자

◆클라우드(Cloud) 컴퓨팅=PC에 SW를 설치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데이터센터에 연결해 SW를 빌려 쓰는 방식.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를 데이터센터에 쉽사리 저장하고 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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