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바겐세일에 한국원정객 북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패시픽 서울예약부에 근무하는 박규옥(30)씨는 올들어 폭주하는 색다른 문의전화에.시달리고'있다.“홍콩바겐세일 언제부터 시작하느냐”는 것에서부터“홍콩에 가면 비싼 물건을 덤핑 가격으로 살 수 있느냐”는등 홍콩 쇼핑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씨는 요즘 홍콩관광협회,홍콩내 주요백화점,상가와 관련한 자료등을 챙기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됐다.
홍콩은 해마다 12월부터 설날 무렵까지 대규모.춘절(春節)바겐세일'을 실시한다.
특히 올해는 오는 7월로 예정된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국내 직장여성.주부들사이에“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비싼 물건들을 덤핑으로 내놓았다”“××화장품과 ×××코트는 국내의 절반값이다”는등의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쇼핑을 위 해 홍콩으로떠나는 인파가 늘고 있다.경기침체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매출 부진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캐세이패시픽의 경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부터 연일 만석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대부분의 오전출발 좌석이 이미 예약 완료된 상태다.캐세이패시픽이 홍콩내 41개 호텔과 연계해 내놓은 2박3일짜리.슈퍼시티' 상품은 이용객수가 지난해보다 무려 26%나 늘어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예약상황을 보이고 있다.
홍콩측의 한국 쇼핑객 유치활동도 더욱 활발해져 홍콩관광협회(HGTA)의 경우 서울사무소를 통해 홍콩에서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할인쿠퐁을 발행하고 있고,국내 주요 여성잡지에 홍콩백화점들의 세일광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또 홍콩내 백화점들은 협회를 통해 로열가든.샹그릴라등 주요호텔을 연계해.윈터패키지'상품을 내놓았으며 설날연휴기간을 겨냥,여성잡지 피가로.대한여행사와 공동으로 특별여행상품도 준비중이다. 면세백화점으로 유명한 DFS는 국내 여행잡지등을 통해.최고50%세일'광고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홍콩관광협회 이경숙씨는“반환때문에 물건이 싸게 나온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국관광객은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10만여명이 될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홍콩을 다녀온 직장인 최모(여.32)씨는“많이 살수록 비행기값이 빠진다는 생각때문에 계획에 없던 것들까지 충동구매했다”면서“요즘의 우리나라 경제사정을 감안할때 홍콩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지 후회하게 됐다”고 말했 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