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M대우 휴업 땐 협력업체 칼바람”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첫눈이 내린 20일 오전 인천시 고잔동 남동공단 인근의 동춘지하철역 입구.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택시기사 황원근씨는 “이곳에 GM대우자동차 협력업체가 많아 조만간 칼바람을 맞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GM대우는 다음달 22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부평·군산·창원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GM대우는 북미 지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봄이 와도 일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GM대우와 대우차판매가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지역 내 GDP 기준)은 25%에 달한다.

GM대우의 1차 협력업체는 약 400개,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1만여 개다. 남동공단에도 GM대우 1차 협력업체가 수십 개 있다. GM대우에 주물 부품을 납품해 온 대영금속의 부도(18일) 등 흉흉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여서인지 공단 내 GM대우 협력업체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김용환 팀장은 “남동공단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가 자꾸 나가니까 입주기업들이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같이 근무하는 김지현씨도 “실제 공단의 휴·폐업 업체와 부도 업체 통계치만 보면 예전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9월 휴·폐업 업체 수가 6개로 전달(7개)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단 가동률 하락 추세는 뚜렷하다. 최창호 인천중소기업청장은 21일 한나라당과 간담회에서 “남동공단 가동률이 연초 80%였는데, 3분기엔 7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당연히 공단의 밤거리도 훨씬 어두워졌다. 입주 기업 상당수가 재고를 줄여 ‘몸’을 가볍게 만드느라 잔업을 안 하는 탓이다.

알루미늄·아연 사출가공업체로 연 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동양다이캐스팅 오경택(54) 사장은 “남들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우리도 지난 연말 이후 직원 회식을 못 했을 정도로 올해는 힘들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30~40%로 높은 편이지만 자금이 잘 돌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단다. 그는 “수출 주문은 늘어나는데 은행 대출이 쉽지 않아 생산설비 확장을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남동공단 입주 기업은 9월 말 기준으로 4803개. 80%가 종업원 20명 미만의 영세기업이다.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도 대부분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얼어붙은 수출 경기가 곧바로 영향을 준다. 올 들어 한국 수출 증가율은 9월(전년 동기 대비 28.2%) 이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11월 수출은 사실상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3% 감소했다.
10월 수출만 보면 자동차(-14.3%)·반도체(-26.4%)에 비해 선박(+117.8%)·석유제품(+45.2%)·철강제품(+40.1%)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 수주량이 줄고 석유화학업계가 잇따라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을 볼 때 11월 이후 수출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았는데 왜 수출이 이 지경까지 나빠졌을까. 환율이 뛰면 수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환율 효과’가 세계 경제의 하강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려 잡았다.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선진국 경기가 후퇴했던 2001년과 똑같은 수치다. 이런 이유로 내년 수출 경기가 2001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에도 환율이 1300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통관 기준)은 13% 감소했다”며 “원자재값 상승에 의존해 성장해 온 자원 부국이나 동유럽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이들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39% 증가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한국 수출엔 별 도움이 못 될 것 같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소비 진작에 나서도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불과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천=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