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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Leisure] 콸라룸푸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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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콸라룸푸르 시내의 노천식당(上). 높이 452m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지난해 타이베이 금융센터(508m)에 세계 최고 빌딩 자리를 내줬다.

말레이시아, 그 중에서도 수도 콸라룸푸르는 낯선 섬 같다. 아시아 대륙에서 툭 삐져나온 말레이반도에 위치한 것도 그렇고 불교 일색인 주변국과 달리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라는 점도 방문객을 낯설게 한다. 또 말레이시아가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경제 외교노선을 걷는다는 점도 이런 인상을 갖도록 부채질한다.

무엇보다 동남아 여행이라면 쇼핑 천국 홍콩이나 단체 패키지로 인기있는 태국을 주로 찾으며 어쩌다 이 나라를 찾는 사람들도 휴양 관광지인 피낭섬.랑카위섬에 가는 길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곳' 정도로 콸라룸푸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여행 성수기에는 피낭.랑카위로 직항하는 전세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찬찬히 여유롭게 구석구석 살펴보면 콸라룸푸르야말로 말레이시아가 자랑하는 '아시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 노을빛 밤=콸라룸푸르 시내 중심가에 우뚝 솟은 높이 452m의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말레이시아 산업화의 상징이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아니더라도 콸라룸푸르의 마천루는 서울과 견주어 큰 손색이 없다.

메르데카(한국어로 '독립'이라는 뜻) 광장 북쪽에는 영국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마리 성당이, 광장 바로 옆에는 이슬람식 둥그런 돔이 돋보이는 술탄압술사이드 빌딩이 자태를 뽐낸다. 걸을수록 500여년 간에 걸친 외세의 지배, 급속한 산업화, 다양한 인종 구성(말레이계 60%, 중국계 20%, 인도계 7% 등)이 자아내는 묘한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시끌벅적한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차이나타운에 가 보자. 과일.스낵을 파는 노점들과 시계.가방 등을 사는 노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흥정 소리, 호객 소리에 활기가 넘치는 말레이시아의 '남대문'이다. 시계고 가방이고 모두 명품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이 어설픈 '짝퉁'이다. 하지만 워낙 가격이 싸니 마음에 드는 물건은 흥정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요령은 주인이 처음 부르는 값에서 반 이상은 주지 않는다는 것. 걷다가 잠깐 태양을 피하고 싶다면 노천 카페의 커다란 파라솔 밑에서 커피나 발리(보리차 같은 현지 음료)를 즐기는 것도 좋다.

콸라룸푸르의 밤은 노을빛이다. 시내 중심가 마천루가 밤늦도록 주홍빛 불빛을 던진다. 일년 내내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 거리는 잠 못 드는 주민들로 늦도록 붐빈다. 말레이시아 주민들의 저녁식사 시간은 좀 늦은 편이다. 오후 10시에도 노천식당에서 '미'라 불리는 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천식당은 줄무늬 새우나 커다란 게도 즉석에서 요리해 준다.

노천식당의 또다른 인기 메뉴는 두리안. 두리안을 맛보는 것도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은 '맛은 천국 같고 냄새는 지옥 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냄새는 화장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극적이지만 그 맛은 달콤하고 담백해 좀체 잊을 수 없다. 한국 백화점에서는 하나에 몇 만원씩에 팔리지만 여기서는 5000원 정도면 어른 머리 크기만한 두리안을 살 수 있다.

◆ 없는 게 없는 쇼핑 천국=콸라룸푸르 시내에는 30여개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쇼핑몰마다 '지오다노' 같이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중저가 상품에서부터 '루이뷔통' '페라가모' 등 명품숍들이 즐비하다. 특히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1 ~ 5층을 차지하는 쇼핑몰은 전세계 유명 의류.잡화 브랜드는 거의 다 모아놓았다.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반나절은 후딱 지나간다.

동남아 정취가 느껴지는 기념품을 사려면 센트럴 마켓을 찾아볼 만하다. 목공예품.수공예 가방.모자 등이 선물용으로 딱이다. 정찰제지만 가격도 저렴한 편. 남녀가 함께 입는 말레이시아 전통 치마인 '사롱'도 1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말레이시아 특산품인 주석 제품도 빼놓을 수 없는 쇼핑 아이템. 콸라룸푸르 근교 주석 공장인 툼마섹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주석공예품을 다듬는 모습도 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매년 3, 8, 12월이면 말레이시아는 정말 쇼핑낙원이 된다. 정부의 장려하에 모든 상점들이 일제히 세일에 돌입하는 '메가 세일'기간이기 때문이다. 보통 세일폭은 20 ~ 30%,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쇼핑하는 횡재도 잡을 수 있다.

콸라룸푸르는 골프를 즐기기에도 좋다.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골프장만 200여개다. 보통 그린피는 한국 돈 2만원 정도. 골프채를 빌리더라도 4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콸라룸푸르=임미진 기자

*** 여행 쪽지

말레이시아 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물가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생수 한병에 2링깃(약 660원), 노천카페의 맥주 한잔에 9링깃(약 3000원) 정도다. 시내에선 관광객들을 노리는 소매치기 오토바이족이 많으니 주의할 것. 한국과 달리 자동차들이 좌측 통행을 하는 만큼 오토바이가 다가와 가방을 채가지 않도록 가방은 왼손으로 드는 게 좋다. 문의 말레이시아 관광청(www.mtpb.co.kr) 02-779-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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