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9단 오랜 부진 씻고 5연승 도전-진로배 2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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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서봉수9단이.진로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부진의 늪에 빠져든지 어언 3년.그러나 지난해 12월 시작된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1차전에서 徐9단은 예상을 뒤엎고 내리 4연승을거뒀다.徐9단으로서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같은 연승이었다.4연승 보너스도 1만5천달러.
앞으로 한판을 더 이겨 5연승하게 되면 보너스는 3만달러로 훌쩍 뛰어오르게 된다.모두 네판을 두는 진로배 2차전은 오는 27일부터 서울 힐튼호텔에서 시작된다.서봉수는 전투적이고 실전적인 한국바둑의 상징이었다.93년 應씨배에서 일본 미학파의 대가인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9단을 물리치고 세계대회 우승컵을쟁취했을 땐 인기도 절정이었다.사람들은 그를.잡초류의 대가,또는.야전사령관'등으로 불렀다.
徐9단은 그러나 이 우승 직후 슬럼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쓰러져도 반드시 다시 일어섰던 徐9단인지라 바둑계에선 徐9단의 슬럼프를 대수롭게 보지 않았다.오히려“조훈현9단보다 수명이 길것”이란 견해도 강력했다.하지만 徐9단은 지난 3년여동안 헤어나기는커녕 늪속으로 조금씩 미끄러졌다.
단골 도전자로 통하던 서봉수가 지난해엔 드디어 한판의 도전기도 두지 못했다.한국바둑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린.4인방시대'는 이렇게 슬그머니 끝났다.일본의 신문에서조차 4인방 대신.한국의 3인조'란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徐9단의 전적은 31승27패.50%는 넘겼으나 도전기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처참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지난번의 진로배에서도 처음엔 선수로 선발되지 않았다가 좀 복잡한 우연으로 대표가 됐다.한국5장 김영환4단은 중국의 위빈(兪斌)9단에게 패했고 위빈은 일본5장마저 잡고 2연승.여기서 徐9단이한국의 4장으로 나가 兪9단을 이긴 뒤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9단과 중.일슈퍼 6연승의 영웅인 중국의 창하오(常昊)7단을 연속 반집으로 꺾는 행운 끝에 예상외의 4연승을 달성한 것이다.
27일 제7국의 상대는 중국선수.마샤오춘(馬曉春)9단은 주장이니 천린신(陳臨新)9단 아니면 차오다위안(曹大元)9단일텐데 누가 나와도 해볼만하다.여기서 이기면 일본의 왕리청(王立誠)9단 아니면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한국은 3강이 버티고 있어 우승은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관심은 서봉수9단이다.팬들은 서봉수의 재기를 고대하고 있다.徐9단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진로배를 기다리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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