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언니를 살리기 위해 내가 복제됐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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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이레, 556쪽, 1만3800원.

법정.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지는 곳. 여기 열세 살 소녀 안나가 서 있고 반대편에는 사라가 있다. 사라는, 안나의 엄마다. 재판이 시작됐다.

“팔에 주사를 놓아도 되는지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까?”

대체 무슨 일일까.

이야기는 안나가 태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라와 브라이언에겐 케이트란 딸이 있다. 행복했던 것도 잠시, 케이트가 두 살이 되던 어느 날 딸애의 몸에서 멍자국이 발견된다. 백혈병. 아이에게 떨어진 병명이다. 부부는 케이트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 케이트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도록 유전자를 완벽히 일치시킨 ‘맞춤아기’ 안나는 그렇게 태어난다. 언니를 도와주는 일이니까 안나는 아파도 참고 주사를 맞아야 한다. 마취를 하고 같이 입원도 한다. 오로지 언니를 위해 존재하는 삶. 그러나 열세 살이 되던 해, 안나는 신장을 기증해달라는 엄마의 말에 반기를 든다.

“부모님을 고소하겠어요.”

안나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지는 이 순간, 멈칫하게 된다. 부모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어느 편도 들 수 없게 된다. 딸이 피를 흘리며 응급실로 들어갈 때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친 듯이 글을 쓰는 것뿐이다. “아이는 봄냄새를 좋아했다. 아이는 음악이 없어도 춤을 출 수 있었다.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 좋아하는 시간은 황혼녘….”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싶었던 엄마는 말한다. “그게 합법적이었을까요? 도덕적이었을까요? 미쳤거나 어리석었거나 잔인했을까요? 나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것이 옳았다는 것은 알아요.”

이들을 누가 어떤 자격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

다시 법정. 안나가 증인석에 섰다.

“나는 언니가 살아있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언니에게서 헤어나기를 원해요.”

판결이 나왔다. 안나는 이겼고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그녀는 뭐라고 했을까.

“십 년 후에도 언니의 동생이고 싶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리고 아름다운 결말이 놀랍게 웅크리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당신이 어디에 있든, 일순간 주변이 고요해질 것이다.

맞춤아기, 장기기증과 같이 첨예한 주제를 다룬 이 소설이 출간되자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전율이 흐른다”는 찬사를 내놓았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원제 『My Sister’s Keeper』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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