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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잘하는’ 글로벌 인재 키우고 싶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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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03면

2003년 6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내로라하는 세계의 음악가들이 너도 나도 한번 서 보기를 바라는 그 무대에 한국에서 온 열일곱 살 앳된 얼굴의 소년이 섰을 때 객석의 첫 반응은 미지근했다. 가녀린 몸피에 곱상한 외모는 큼직한 무대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입을 열어 노래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청중은 허리를 세우고 가슴으로 날아오는 선율에 귀를 쫑긋했다.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영재 교육원’ 만드는 까닭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목소리였다. 남과 여의 구분을 뛰어넘는 음색, 눈처럼 포근하면서도 소낙비처럼 강인한 목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카네기홀을 울렸다. 팝페라테너 임형주(22)씨는 놀람의 탄성이 이어진 이날 세계 무대 데뷔 독창회로 ‘천상의 목소리’란 수식어를 얻었다.

그로부터 5년,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임씨는 하늘이 내린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 사이에 천사가 되고 있다. 그의 공연장에 시루떡을 해 들고 찾아온 한 부부가 들려준 이야기는 임씨 노래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던 아내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임씨의 ‘아베 마리아’를 듣는 순간 삶을 포기하려던 마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남편은 “당신의 음악이 아내를 살렸다”며 임씨에게 감사했고, 그 뒤 부부는 그의 공연 때마다 찾아오는 열성 팬이 되었다. 그동안 발표한 8장 앨범이 클래식 음반 판매에서 늘 윗자리를 차지하는 배경에는 임씨의 음악이 사람을 살릴 만큼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이렇듯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을 위해 새 일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문을 여는 ‘아트원 소사이어티’다. 아트(Art)와 넘버 원(No.1)을 합쳐 만든 ‘아트원 소사이어티’는 만 4세부터 10세까지 어린이를 위한 예술영재 교육기관.

어린 시절부터 최고를 꿈꾸며 세계를 품을 수 있게 자신을 밀어준 어머니 김민호(48)씨의 격려를 이제 임씨가 우리 사회 후배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으로 세웠다. 1600여 평 널찍한 공간에 200석 규모의 공연장과 갤러리, 음악·언어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넣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며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임씨는 11월 27일 열 ‘아트원 소사이어티(www.artone.ac)’ 개원 설명회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글로벌 인재 탄생의 꿈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유엔 사무총장, 플루트를 연주하는 글로벌 리더를 한국 땅에서 키우겠다는 것이다.

임씨는 세계 데뷔 5주년 기념 공연도 마련했다. 12월 30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 ‘임형주의 2008 송년 콘서트’를 그는 ‘자축의 시간’이라고 했다. 남을 위해 노래해 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더 큰 걸음을 위한 새 출발의 표시인 셈이다. 임씨가 이끄는 ‘코리안 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무대는 오페라 아리아와 팝송, 예술가곡과 뮤지컬 송에 한국 가요까지 임형주의 다채로운 목소리 변신을 한껏 보여 주는 자리다.

청년 임형주의 꿈은 그 목소리만큼이나 오묘하다.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쟤는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엉뚱하면서도 폭넓다. 1억원쯤 들인 저예산 영화로 칸영화제에 초대받겠다는 계획, ‘롤링 스톤스’ 같은 예술잡지 발행, 움직이는 멀티미디어를 운영하는 문화 CEO 등 그의 노트북 비밀 폴더에 쟁여져 있는 아이디어와 미래 설계도는 끼 많은 청년의 미래를 주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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