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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官손잡고 세계의 두뇌 양성-이스라엘 영재학교 '헬레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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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는 교육개혁 차원에서 영재교육을 추진중이다.그동안 학생들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교육에서 생긴 부작용을없애고 우수한 학생을 조기 발굴해 가장 큰 자원인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뜻이다.그러나 아직도 영재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영재교육이전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영재교육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머리가 뛰어난 학생들은 자칫 잘못된 우월감에 빠져 남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반사회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영재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창조적 힘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지난 6일 오후6시(현지시간)이스라엘 예루살렘 시내의.방과후 영재교육 센터'인 헬레드를 방문했다.센터의 학습관리책임자인 제브 아이젠시타트(히브리대 에너지연구센터 책임교수)는 영재교육의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헬레드는 72년 학부모들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는 이스라엘 문화교육부와 예루살렘 시당국.히브리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민간영재교육기관이다.
예루살렘 시내와 부근 지역의 2~17세 아동.청소년들이 다니고 있으며 학교 교육이 끝난 오후4~7시에 수업한다.입학 자격은 지능지수(IQ)가 1백40 이상이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아니다. 아이젠시타트 교수는“IQ가 1백40 밑이더라도 사고력.창조력이 뛰어나면 입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취학 아동의 경우 교사가 추천하고 취학전 아동은 부모가 요청해오면 헬레드측이 부모와 학생을 면담.검사한뒤 입학허가 여부를결정한다.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은 연간 3백20달러를 회비로 내야 하지만 헬레드측은 가난한 영재학생에 대해선 무료로 다니게 하고 있다.헬레드는 사고방법론.인간과 환경.흥미있는 물리학 게임.동물생태론.건축학.미생물학등 창조력 개발.과학 분야 의 19개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기초반(초등학교 2학년 이하),중간반(초등학교3~6학년),상위반(중학생 이상)으로 분류된다.매주 두번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강의를 받으며,매년 여름 2주 동안 집중적인창조력 개발 교육을 받는다.헬레드 영재 교육의 특징은 학업 성적에서 탈피,영재들의 사고력.창조력을 양성시키는데 있다.
아이젠시타트 교수는“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미리 가르치면 학생들은 교사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동안 뒤에서 노는등 오히려 삐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이스라엘의 영재 학교들은 학교 수업과 관련된 수업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헬레드는 또 학생들에게 특정한 지식을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과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교습법을 사용하고 있다.
헬레드의 관리책임자인 미셸 마이어(히브리대 생물학과 교수)는“아이들에게 여러 도구를 던져주고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하게 한다”며“사설학원과 다른 점은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시타트 교수는“인간은 ▶남의 잘못에서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남의 잘못에서 배우는 현명한 사람▶실수없이 자기 길을 찾는 천재등 세가지 타입이 있다”며“영재 교육은 창조력을 최대한 길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젠시타트 교수는 또“천재들에게 특정 분야만을 가르치면 사회에 대한 이해심을 잃기 쉽기 때문에 예술.과학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헬레드의 교사들도 천재성이 짙은 유명 인사들이 아니라일반 교수.교사.대학원생등 평범한 사람이다.이들은 부업으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있다.평범한 사람이어야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헬레드의 취지 다.
에란 타우버(히브리대 생물학과 박사과정)가 4~6세 어린이 10여명을 가르치는 컴퓨터 언어교육 시간을 참관했다.어린이들은간단한 기초설명만 들은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이런저런 방법을동원해 가며 해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었다.
타우버는 “학생들의 창조적인 응용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기본 개념만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식은 학생들이 스스로 찾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젠시타트 교수는“강의마다 15명 정도가 참여하고 졸업생중80%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진로를 찾아간다”며“그러나 자녀 수가 적어지면서 자녀에게 변호사등 특정직업을 강요하는 부모가 많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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