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드라마 사실성 內華外貧-시대와 거리먼 야외장면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드라마 실내세트가 몰라볼 만큼 정교해졌다.방송사들이 그만큼.
사실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야외촬영 장면에선 극중 시대상과는 너무 다른,예컨대 80년대 초반 거리풍경에 24시간 편의점.중형택시등이 여과없이방영돼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다.
세트설치.소품선정등은 과학적인데 반해 야외촬영장소 선정에서 편집등은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잘 만든 세트의 대표적 예는 KBS주말극.첫사랑'에서 배용준이 일하는 카지노.벽화마저 화려한 그곳엔 수십대의 슬롯머신이 즐 비하고 바(Bar)와 룰렛테이블등이 호텔도박장의 분위기를 한껏 낸다.
80평 규모의 장내에 우(배용준 분)가 아르바이트하는 카지노가 나온다.빨간 카펫.샹들리에,잘 그려진 벽화가 화려한 그곳엔수십대의 슬롯머신이 즐비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바.룰렛 테이블.환전 테이블등이 호텔 도박장의 분위기를 한껏 낸다.
이것은 세트인가,실제 공간인가.물론.첫사랑'의 카지노는 잘 꾸며진 세트에 불과하다<본지 96년 12월3일자 참고>.
80평 규모의 장내에 차려진 40대의 슬롯머신은 무대미술부원들이 한달 걸려 완성했다.제작에만 2억여원이 들었다.
SBS주말극.꿈의 궁전'은 어떤가.고급 프랑스요리 전문식당 이야기인 이 드라마의 레스토랑 세트도 만만찮다는 평가다.테이블.의자등의 가구와 실내등,테이블 세팅,칵테일 바 진열장,주방등이 실제 레스토랑을 무색케한다.예를 들면 칵테일 바의 술병 하나 하나도 허투루 놓여진게 없다.
모두 전문가에게 자문해 진열됐다..꿈의 궁전'스튜디오를 둘러본 식당 전문가 신정하(63빌딩 양식당 영업과장)씨는“금방 손님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레스토랑 세트가 완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SBS시트콤.LA아리랑'역시 세트가 잘 만들어진 경우로 꼽힌다.재미 교포 가정을 무대로 한 이 드라마의 무대는 외국 시트콤 무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SBS 세트 디자이너 박영기씨는“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갈수록 세트 디자인과 소품분야에 디테일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추구하는 리얼리티는.반쪽'을 넘어서지 못하고있다.스튜디오에서 세트와 소품을 통해 살려낸 리얼리티가 야외촬영과의 불균형,외형과 내실의 불균형으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첫사랑'의 리얼리티는 카메라가 밖으로만 나가면 맥을 못춘다.무성한 녹음을 배경으로 겨울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최근에야 등장한 버스전용차로가 눈에 띄고 연기자는 포니를 타고 다니는데 아반떼등 수많은 신형 승 용차들이 도로를 누빈다.70년대가 배경인.형제의 강'에는 노래방 간판이 보인다.야외촬영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시청자가 눈감아줘야 할허점이 너무 많다.
디테일을 중시한 세트에서 허황된 스토리가 전개되는 리얼리즘의.부조화'는 보는 이를 더욱 민망하게 한다..꿈의 궁전'은 세트가 요란한 반면 재벌회장 신분을 감춘 지배인,경영에는 문외한인 레스토랑 여주인등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멜로와 액션을 섞어놓은 내용전개가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완성도다.늘 시간에 쫓기는 제작진은 눈에 빤히 보이는허점을 알면서도 넘어가고 시청자는 애써 관용을 베풀며 드라마를본다.제작진과 시청자가.완성도'보다.적당주의'에 타협한다..드라마는 많지만 완성도는 고만고만',여기가 우리 드라마의 현주소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