極點의 철인 뵈르게 오우슬란 남극대륙 史上 첫 단독횡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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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64일동안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온통 흰색이었다는 것이었다.추위도,외로움도 견딜 수 있었지만 막막한 지평선과 온통 하얗기만한 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얼어붙은 남극대륙을 스키로 횡단한 최초의 사나이 뵈르게 오우슬란(34.노르웨이).
그는 지난해 11월15일 버크너 아일랜드를 출발,장장 2천8백㎞의 남극횡단에 나섰다.한국의 산사나이 허영호씨등 3명도 같은날 각각 횡단을 시작했다.
그중 영국인 1명은 중도포기,폴란드인은 오우슬란보다 한참 뒤처져 있으며 허영호씨의 소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오우슬란이 18일 가장 먼저 뉴질랜드의 스콧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인류 최초로 지원없이 남극 단독 스키횡단이라는 대기록을세운 것이다.
인터뷰를 기다리는 기자들을 뿌리치고 그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공중전화부스였다.그리고는 노르웨이에 있는 아내와 무려 90분간 통화를 한뒤“이젠 더 이상 극점 스키횡단은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은퇴를 선언했다.
오우슬란은 90년 얼링 케이그(노르웨이)와 짝을 이뤄 최초로북극점을 지원없이 스키로등정했다.또 93년에는 단독으로 북극점에 올랐다.이번 횡단으로그는 양극점을 스키로 오른 최초의 인물이 됐다.
“노르웨이 속담에 노르웨이 사람은 스키를 안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나도 스키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다.그러나 이젠 쉬고 싶다.” 오우슬란은 스키 하나만으로 극점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든.극점의 철인'이다.그러나 이번 횡단에서 그는 자 신의 한계와 맞서 싸워야했다.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와 배고픔,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려움과 외로움은 그에게.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긴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오우슬란은 1백75㎏이 넘는 장비를 실은 썰매를 끌며 곳곳에입을 벌린 크레바스와 설산을 지나는 힘겨운 고생을 했다.스키에달린 낙하산형태의 돛에 강풍을 가득 안고 하루 2백26㎞를 주파한 운좋은 날도 있었지만 폭풍이 걷히기를 기 다리며 텐트속에갇혀 지낸 날도 많았다.해발 2천9백70가 넘는 남극고원도 건넜으며 12월19일 남극점을 통과했다.체력 유지와 체온 보전을위해 하루 걸러 6천2백㎈의 열량을 공급하는 고지방 특수식량에의존해온 그는 탐험기간중 남극 기지요원 몇몇을 만난 외에는 남극기지와의 무선통신이 유일한 외부와의 접촉이었다.
그는 이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쓰고싶다고 한다.그러면서도 그가 빼놓지 않고 한 말은.여행을 하면서'였다.어쩔 수 없는 방랑벽.그를.극점의 철인'.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타고난 방랑벽이 라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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