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컷>국적불명 한자조어 대중문화 제목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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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가요.영화.방송.연극등 대중문화 전반에 뜻조차 긴가민가한 국적불명의.한자조어 제목 남용현상'이 심각하다.
가요쪽을 보면 지난해 룰라의.천상유애(天上有愛)',김민종의.
귀천도애(歸天道哀)'가 나오더니 최근엔 김정민의.무한지애(無限之愛)',김종서의.추락천사(墜落天使)',김현철의.동야동조'(冬夜冬朝)로 이어지고 있다.이에 질세라 영화계는.귀 천도(歸天道)'.지상만가(地上滿歌)' 등으로,연극계는.낙화옥화(落花玉花)'로 조류에 화답한다.
TV쪽도 열외가 아니다.SBS의.부자유친(父子有親)'은 삼강오륜의 뜻을 담아 그렇다 치더라도.도시남녀(都市男女)'로 한 발 더 나가더니 MBC는.의가형제(醫家兄弟)'로 치고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근대화 1백년동안 서구모방에 열을 올리던 한국의 대중문화가 동양적 주체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억지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한자조어의 이유는 영어식 조어가 유행하는 것처럼 뭔가 튀게 보여 상업적으로 이용하자는 계산임이 분명하다.더분명한 것은.말은 얼을 담는 그릇'이라는 금언이 의미하듯 이같은 언어들이 우리말과 우리얼의 파괴현상을 가속시 킨다는 것이다. 서울대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는 “사대적이고 비교육적인.언어유희'가 우리문화를 아류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영턱스'.클론'.쿨'.HOT'.R.ef'.고스트 맘마'.스크림'.
슈퍼 선데이'.아이 러브 코미디'.퀴즈미팅'등 대중 문화 전반에 영어가 득세하고 있는데 한자조어까지 가세해 우리말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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