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섹시토크] ‘나쁜 남자’가 섹시하다

중앙일보

입력

대한민국 드라마 대표작가 김수현씨가 ‘재미있게 보고 있다’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끝이 났다.

극중 상대방은 물론 보는 시청자의 얼굴을 화끈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장에 대못을 치는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강마에(김명민 분)가 남긴 것은 ‘똥·덩·어·리’라는 유행어만이 아니다. 대중문화 코드에 팜므 파탈에 이은 옴므 파탈 신드롬을 남겼다.

팜므 파탈의 본래의 의미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파국을 향한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라는 뜻이다.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인력이 특징이다.

뭇 남성들을 스스로의 파멸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덤벼들 수밖에 없는 불나방으로 전락시킨다. 그래서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 옴므 파탈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특징으로 한다.

여성들이 바로 이 언어적 폭력을 동반한 집착이라는 카리스마에 운명적으로 끌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특출한 흡인력이 어린 시절 극도로 강력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이 계기가 되어 형성된 것이라는 데 있다. 남녀를 불문코 사실 이건 심각한 병이다. 의학용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등에 지고 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모든 기억들을 몸에 지니고 사는 것이다. 육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머리를 잘 못 당겨진 아이들은 평생 비뚤어진 목뼈를 가지고 살게 되고, 학창시절 ‘의자빼기’를 당했던 아이들은 평생 부러진 꼬리뼈를 가진 채 살게 된다.

양쪽 눈이 심하게 차이가 나거나 더 나아가 얼굴 양쪽이 표가 나게 다른 사람, 입술이 비뚤어지거나 얼굴 중심축이 몸의 중심축에서 벗어나는 일명 삐딱이 증상이 대표적인 경추 비틀림이 원인이다.

꼬리뼈가 부려져 안쪽으로 휘게 되면 나중에 치질이라는 병으로 나타나고 여성들은 심한 생리통·생리불순 같은 생식기 질환으로 이어진다.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인생관이 확립되기 전에 받게 되는 강력한 충격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되어 남는다.

그런데 이 상채기가 작동하는 방식은 체질-아니 정확한 표현은 심질(心質)-에 따라 다르다. 육체적으로는 한 겨울에도 냉면만 찾는 열성체질과 한 여름에도 냉방병에 시달리는 냉성체질로 구분되듯 정신적으로는 음성체질과 양성체질로 나뉜다.

양성체질은 정신적 충격이 외부를 향해 나타난다. 그래서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자해적 행동과 자살시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반면에 음성체질은 충격이 자신의 내부에 감추어진다. 그래서 상습적인 위통·두통을 겪게 되고, 조금 더 심해지면 과민반응 때문에 직업적 무능력, 대인관계 장애등으로 나타난다.

강마에의 카리스마는 후자에 속한다. 정상적인 감정반응을 스스로 억제하면서 대신 이를 성공을 향한 집착으로 대체한 탓이다. 한 마디로 대인관계 장애다. 남녀관계 뿐 아니라 조직생활 부적응 증상이다.

사실 눈을 크게 뜨고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라보면 이런 흐름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강한 존재에 대해서는 의존하려고 하는 반면 약한 존재에 대해서는 모성애를 발휘하는 이중적 특성은 여성 특유의 본능이다.

단지 핵심은 어느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가에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 풍조가 모성애 쪽이라면 옴므 파탈 신드롬은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남성이 가진 비논리적 폭력성에 끌리는 탓이다. 증세가 가볍다는 것 뿐 분명 환자인데도 말이다.
나쁜 여자에 이어 나쁜 남자, 당분간 대한민국은 ‘나쁜 사람들’이 인기를 독차지할 전망이다.

우천산풍은?
음과 양이라는 전통철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음양학 전문가. 특히 전통의 기공의학은 건강상태가 정상보다 못한 사람을 정상수준으로, 기공체육은 정상인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로 만드는 훈련분야라고 주장한다.

일간스포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