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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환율 약발 안듣는다-기업들 채산성 악화로 값 못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예전에는 환율이 이 정도 오르면 수출이 크게 늘었는데 요즘은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8백50원에 육박하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수출증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수출업체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탄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가격을 조금 내린다고 수출이 금세 확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상품의 경쟁력과 관계가 깊은 일본 엔화의 움직임 예측도 쉽지 않아 섣불리 가격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업계관계자들은“최근의 환율변동을 반영해 수출가격을 낮춘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
수출업체들은 그러나 채산성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한다.나빠진 경기를 반영해 기업마다 외형보다 수익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는방침도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 최근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이찬호(李燦浩)상무는“주력품인 중공업과 전자의 수출을 좌우하는 것은 가격보다 품질과 기술력,그리고 브랜드이미지인 만큼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않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정찬욱 차장은“조선의 경우 수주 및 인도시기가 1~2년 정도 차이나는데다 미래의 환율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단가를 쉽게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최근의 환율상승으로 8% 정도의 매출증대 효과가 나고 수익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섬유산업연합회의 조상호(趙相鎬)진흥부장은“가격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환율상승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고,따라서 수출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포항제철 역시 최근의 낮은 국제시세 때문에 수출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도 17일 발표한 .수출 가격탄력성 감소추세'라는 보고서를 통해“최근 악화된 기업채산성을 감안할 때 수출기업이 원화절하 추세를 수출가격에 크게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분석했다.연구원은 또“원화절하기에는 수출가격 하 락요인이 발생해도 기업들은 이를 가격인하에 반영하기보다 이윤증가에 연결한다”고 말했다.

<유규하.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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