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쪽으로 방향튼 청와대-김대통령.김추기경 요담에 담긴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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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7일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만난 것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대부분“예상하지 못한 상황변화”라는반응을 보였다.두사람의 회동 이전까지 청와대의 일반적 기류는 영수회담과 노동법 재개정 요구를 거부하는 정면돌 파쪽이었다.“당정의 일부인사가 냉정한 자세를 잃어 파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온건론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金대통령은 이날 대화쪽으로 발을 옮겼다.더구나 金추기경은 민주노총 간부들이 명동성당에서 농성할때부터 대화.타협에 의한 난국 수습론(12일 강론)을 펴왔다.때문에“金추기경을 만난 것 자체가 대화정치의 시동을 뜻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여권(與圈)내부에서 나오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회동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없음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의 바뀐 움직임에 대해 이 관계자는“파업사태속에 金대통령이 독선적이라는 식의 민심이반적 요소가 있는 만큼 대화의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여기에는 노동법 개정의중요성을 알리는 홍보만으로 국민을 설득하는데 한 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실제 이날 金추기경은 기습통과로 인한 국민 불만을 다독거릴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金추기경외에 다른 원로들과의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의 한 당국자는“金대통령은 추기경과의 요담을 토대로 바로 파업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따라서 빠르면 다음주초께 金대통령의수습책이 나올 것으로 여권에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대화를 통한 수습책의 수준이다.우선 노동법의 재개정은정책혼선에다 당정수뇌진의 문책론으로 번질 수밖에 없어 가능성이적다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대신 노동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확인하면서 단독통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방안을 金대통령이 채택할 가능성을 정치권에선 주목하고 있다.이 당국자는“민주노총 지도부와 일반 민심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유감표명 문제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수회담문제는 야당측이.정권타도'.독재'라는 용어를 버리고 조건없이 나올 경우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다는게 여권쪽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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