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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고혈압·당뇨가 왜 발기부전 일으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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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볼티모어의 아서 버렛 박사는 수컷 쥐를 이용한 발기 실험을 수행했다. 버렛 박사는 수컷의 발기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 여러 가지 유전자를 각각 없앤 형질 전환 쥐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특정 유전자가 지워진 쥐는 발기 상태가 평생 지속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발기에 숨겨진 과학적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비뇨기학회(AUA)에서 발기부전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주된 토픽이었다. 전 세계에서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남성이 1억52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발기부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발기는 성기 내 혈관이 확장되는 현상이다. 대뇌가 성적 흥분을 하게 되면 성기 내 혈관 내피세포에서 cGMP라는 체내성분을 만들어 동맥을 확장시켜 혈액이 성기로 모이게 한다. cGMP는 또 다른 작용으로 해면체를 팽창시켜 들어온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성기는 커져 단단한 발기상태에 다다른다. cGMP는 대부분의 세포에서 나타나는 신호전달 물질이다.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는 PDE5라는 효소에 달라붙는다. PDE5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를 분해하는 역할로, 이 효소에 비아그라 등이 달라붙으면 분해작용을 할 수 없어 결국 발기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고 다빌라 박사는 "흡연은 발기부전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당뇨병 환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 cGMP 농도의 급격한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혈압이 발기부전을 야기한다는 과학적인 설명도 발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마하데반 라자세카란 박사는 토끼를 이용해 고혈압이 체내에 산화물을 다량 발생시킨다고 보고했다. 산화물은 해면체 근육조직의 빠른 괴사를 불러와 결과적으로 발기부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라자세카란 박사는 항산화요법이 발기부전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많이 발생하는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됐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트리니티 비발라콰 박사는 당뇨가 인위적으로 발병된 형질 전환 쥐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가 덜 만들어져 결국 발기부전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밖에 일본 미야가와 야스시 박사는 성인 남자 5명에게 포르노.에로.건전 영화 세편을 돌려보이면서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뇌부위를 확인했다. 포르노와 에로 영화를 보는 남성의 오른쪽 후두부 소엽이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야가와 박사는 건전한 영화를 볼 때 좌측 후두부가 활발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미뤄 성적 흥분을 자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샌프란시스코=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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