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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믹스>금융빅뱅의 力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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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빅뱅(big bang)은 거대한 폭발이다.영국의 천체물리학자프레드 호일경(卿)이 50년에 처음 사용한 말이다.우주는 약1백50억년전 한번의 거대한 폭발로 시작됐으며 이때 방출된 에너지와 물질들이 중력에 당기고 밀리면서 천체와 은 하계가 생겨났다고 한다.이른바 대폭발 이론이다.호일경은 이를 믿지 않았다.
우주는.꽝'(bang)하는 폭발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는 심연 속에서 꾸준히 진화됐다고 그는 주장했다.그의 표현을 빌려 대폭발 이론은 빅뱅이론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번의 큰 충격으로 기존의 체제를 해체시키는 사회적 격변은빅뱅으로 곧잘 표현된다.86년 영국의 금융 빅뱅이 그렇다.
당시 영국의 국내 금융시장은 폐쇄적인 두.금융도매상'의 전업(專業)체제였다.문호를 열어젖혀 글로벌 물결을 맞아들이고 3단계 자율화개혁으로 영역의 벽을 허물었다.처음 몇년간은 충격으로시장은 움츠러들었다.10년이 지난 오늘 시장참여 자들은 20개가 넘고 그중 절반이상이 외국의 금융기관들이다.글로벌금융시장으로 도약을 가져온.거대한 폭발'이었다.
.경제에 충격은 금물'이라고 한다.그러나 일부러 충격을 가하는.쇼크요법'이 이따금씩 성공을 거두면서 가장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금융분야에도.대폭발'이 이어지고 있다.폭발이 아니면 개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얘기도 된 다.
금융 빅뱅의 추진력은 .글로벌화 힘'이다.디지털 정보화의 힘이 여기에 맞물렸다.국제금융부문은 이 힘이 맞닥뜨리는 프런티어다.컴퓨터 네트워크를 타고 하루에 수조달러가 국경을 넘나든다.
이.사이버 공룡'의 위력 앞에 각국 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들은 갈수록 무력하다.어느 특정통화를 집중 공략하면 국제금융시장이 금세.통화 허리케인'에 휩싸이고,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지면서 어느 한 나라의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 물결 앞에 제 아무리 강한 방파제도 쉽게 터져버린다.물결을 끌어들여 어떻게 파도를 잘 타느냐가 글로벌시대의 금융 노하우다.이에 대한 체계적 적응이 곧 금융 빅뱅의 현대적 의미다.
일본의 금융체계는.1940 시스템'으로 불린다.2차대전 전시국가계획체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비아냥이다.은행들의 자산규모별 세계랭킹 베스트10은 일본은행들이 휩쓸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확대개편된 무디의 은행평가등급에서 일본은행들의 등급은 최고가.C플러스',대부분은 맨 꼴찌등급.E'였다.하시모토의 빅뱅 역시 단 한번의.꽝'보다는 단계적 조그만.폭발'들의 연속이다.
사이버뱅킹은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을 불러온다.중복을 피하고 인원과 비용절감을 노린 대형화합병 바람의 한편에선 금융슈퍼마켓등알찬 소매금융업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대형화가 최상은 아니다.날씬하면서도 근육이 다져진 몸매가 글로벌 파도타기에는 더 제격이다.리스크관리등 첨단 투자금융기법의 터득을 통한 체질강화와 금융산업계의 수용태세가 선결요건이다.폭발기법으로 요긴한맥만 정교하게 골라 때리는 선별폭발도 있다.스케줄에 쫓기거나 정치적 의지가 앞서는 성급한 금융 개혁은 자칫 빅뱅이 아닌.폭발 대재앙'을 결과할 수도 있다는 데.한국판 빅뱅'의 안쓰러움이 있다.

<경제담당국장>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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