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老母 모시기 어렵다고 창고 방치 끝내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부산금정경찰서는 14일 금정구서4동 주민 80명으로부터 이웃주민 金모(63.회사원.부산시금정구서4동)씨 내외가 지난 1일부터 7일간 어머니인 裵모(84)씨를 연탄창고에 감금해 사망하게 했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주민 金모(48)씨는“지난 1일부터 밤에 金씨의 연탄창고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나 이상하게 여기다 그 집 할머니가 감금돼 있다는 말을 듣고 주민들이 며느리 李모(56)씨에게 시어머니를 제대로 보살피라고 말했으나 듣지 않았 다”고 말했다.
裵씨는 지난 8일 위독증세를 보인뒤 오전4시20분 인근 시민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裵씨는 심부전증으로 검안돼 9일 오전 울산화장터에서 화장됐다.며느리 李씨는“평소 치매증세를 보이던 시어머니가 집에 온 뒤로 집안의 기물을 부수며 칼을들고 가족들을 위협하는데다 자꾸 집을 나가려 해 창고에 사흘동안 모셔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金모(62)씨는“방이 네개나 있는 집에서 치매증세가 있다고 한 겨울에 노인을 1평 남짓한 바깥의 연탄창고에 가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裵씨는 8년전까지 金씨 내외와 함께 지내다 친척집을 전전했으며 94년부터 치매증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