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美기업들>8.株價로 심판 냉혹하게 쪼개고 합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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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의 업계 지도는 끊임없이 새로 그려진다.
하루아침에 거대기업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지는가 하면 AT&T처럼 각 사업분야가 하나 하나의 또 다른 거대기업으로 세포분열하기도 한다.
합치고 쪼개는 기준은 오직 하나,.주가로 평가받는 경쟁력'이다.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냉혹한 논리다.
“미국기업들의 M&A 전략은 한국.일본과는 다른 문화의 토양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뉴욕 스미스바니 증권사의 펀드매니저 클리포드 추는 한국이나 일본에서의 기업에 대한 통념이 바뀌지 않는한 M&A를 통한 경영전략 구사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3년전 미국기업이 도쿄 증시를 통해 일본 자동차부품 메이커를 사들이려한 적이 있었다.거의 성사됐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야쿠자의 협박등 정상적인 주식거래를 가로막는 사회.문화적인장벽이 너무 두터웠기 때문이다.지난해엔 삼성과 기 아자동차의 이야기를 들었는데,기업인수를 비도덕적이라고 한다면 증권거래법등을 고친다 해도 M&A를 통한 경영전략이 발붙이기는 힘들다.”미국 방위산업체중 선두인 록히드마틴.멀도프 국제정보담당국장은 록히드마틴이 80년대 이후 어떠한 기업인수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왔는지 설명한다.
그림에서 보듯 록히드마틴의 역사는 마치 미국내 항공우주 분야의 각.지류(支流)'들이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라는 두개의 큰.본류'로 흘러들면서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강을 이룬 듯하다.
그 과정에서 마틴마리에타는 GE의 우주산업분야를 인수했고,포드.굿이어.허니웰.페어차일드.IBM.제록스등 쟁쟁한 기업들은 한때 거느리고 있던 우주항공사업 분야를 떨어냈다.하나 하나가 대규모 M&A였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이 병행 된 것은 물론이다.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 데어리스는“M&A는 결국 경쟁력을 사고 파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60년대부터 이미 활발했던 M&A는 미국기업들의 경영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60~70년대는 덩치를 키우고 업종을 다각화하기 위한 기업인수가 많았다.
한 업종에 불황이 닥쳐도 다른 업종에서 수익을 내 버텨나가는,이른바.포트폴리오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또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개발하기보다 기존의 기업을 사들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성행했다.
그러나 80년대중반 이후에는 역(逆)M&A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의 역(逆)효과를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기업분할.자산부분매각.사업철수등으로 덩치를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미국의 기업들은 변신에 철저하다.다른 모든 나라의 기업들도 끊임없이 변신한다지만 미국기업들 만큼 변화무쌍하지는 않다.잘 발달된 금융시장에서 그날그날의 주가로 평가받으며 가차없이 합쳐지거나 쪼개지며 새로 태어나거나 없어지는 것이 미 국의 기업들이다.당연히 조직과 고용은 다같이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펀드매니저나 기업의 최고경영자,현장의근로자들이 똑같이 적용하는 한가지 기준이 있다.바로 경쟁력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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