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전기국보전감상>불교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찬란한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던 고려왕조가 무너지고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불교문화가 쇠퇴했다고 생각하기 쉽다.하지만 실제로는 배불숭유(排佛崇儒)의 사회가 새로운 불교문화의 발전을 가져왔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있는.조선전기국보전'에는 불화와 불상,그리고 불교의식에 쓰였던 불구류(佛具類)등 불교미술이 함께 선보여 왕조가 바뀌면서 미술문화가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라와 사리함.향로등 금속공예작품들에 바로 이어 전시돼 있는 불상은 모두 6점.조선전기 불상은 전해지는 작품이 몇점 없는데 이 가운데 이번에 소개되는.금동아미타여래좌상(金銅阿彌陀如來坐像)'과.금동보살좌상(金銅菩薩坐像)'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라할 수 있다.여기에서도 알수있듯 조선전기의 불상은 당당한 자세와 이목구비가 안정된 비례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불교회화로는 14세기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15세기의 우수한 조선불화가 일본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번 전시에는.여래설법도(如來說法圖)'1점만 출품됐다.하지만.금니수월관음도(金泥水月觀音圖)'등 일본에 소장돼 있는 16세기 주요 불 화들이 국내에 첫 공개돼 눈길을 끈다.
조선전기 불화는 고려불화의 표현기법을 이어가려고 하나.자수궁정사지장보살도(慈壽宮淨社地藏菩薩圖)'에서 보듯 도상의 생략과 필법이 약화되는등 전반적인 쇠퇴를 보인다.
또 이 시대에는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목표로 하는 정토교(淨土敎)가 조선적으로 번안된 도상이 유행했다..감로탱(甘露幀)'은 정토교와 밀교가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으나 정토교적 요소를중앙에 배열하는 구도를 나타내 작품주제는 정토교 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불화의 또하나의 특징은 산수화적 표현기법이 도입됐다는 점이다..도갑사관세음보살삼십이응탱(道岬寺觀世音菩薩三十二應幀)'이대표적인 예로 중앙의 관세음보살상을 빼면 훌륭한 산수화 작품으로 보일 정도다.이처럼 산수화적 기법이 유행했던 것은 조선시대의 불교가 이상세계보다는 현실세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던 때문이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