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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영욕의 소격동 시대’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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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군기무사령부가 경기도 과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기무사는 18일 “과천 주암동에 새 청사를 마련해 비공개리에 이전 작업을 하고 있으며 30일 새 청사에서 준공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복궁 옆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불려온 소격동 시대를 37년 만에 마감하고 기무사는 새로운 군 방첩기관으로서 거듭날 계기를 맞았다.

16만5000㎡의 부지에 20여 개 건물로 구성된 기무사 신청사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첨단 경계·감시시스템과 통신망을 갖췄다. 또 유사시 적의 폭격이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방호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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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는 도심에 자리한 소격동 청사가 80년이 된 노후시설인 데다 문화예술계의 이전 요구가 있자 1992년 부대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2001년 과천 이전을 결정했다. 2006년 5월 착공 이후 2년6개월 만에 새 건물이 지어졌다. 건립 비용은 2085억원이다.

군대 내의 보안·방첩과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기무사는 해방 직후인 48년 5월 조선 경비대 정보처 내에 설치된 특별조사과가 모태가 됐다. 50년 10월 육군 특무부대로 창설됐고 6·25 전쟁과 휴전 직후 공비 소탕과 간첩 검거도 담당했다. 77년 10월에는 육·해·공군의 보안부대를 통합해 국군보안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91년에는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돼 군내 사조직 해체 등 군 개혁 작업을 맡았다.

과거 한때 기무사령관은 승진이나 출세의 보증수표로 통하기도 했다. 군내 정보뿐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민간부문 첩보까지 접근·장악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박준병 전 자민련 부총재, 이종구 전 육군참모총장, 안필준 전 보사부 장관, 고명승 전 3군 사령관 등이 모두 사령관 출신이다.

1913년 지어진 소격동 청사는 79년 10·26 당시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격당한 박정희 대통령이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다 서거한 곳이기도 하다. 기무사 관계자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은 실제 청와대와 인근 지역에 배치된 군 장병들의 진료를 담당하는 곳”이라며 “71년부터 기무사가 써온 소격동 청사의 북쪽 건물 일부를 병원 측이 사용해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병원도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청사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기무사는 90년 당시 보안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해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해 말 민간인에 대한 고문 등 인권 유린 의혹을 받던 보안사 서빙고 분실이 폐쇄되고 이듬해 기무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최근에는 여간첩 원정화 검거 등 지난 10년간 소홀했다고 지적 받아온 대공 임무를 재가동하고 있다. 기무사는 “부대 이전을 계기로 국민과 군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군 정보수사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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