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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박근혜를 어찌할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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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월 국회에서의 입법 전쟁을 앞두고 여권 수뇌부의 최대 고민은 박근혜(얼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박 전 대표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여권 수뇌부들이 근래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당면한 현실 때문이다. 정기국회 폐회를 불과 20여 일 앞뒀지만 예산안과 법안의 처리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원내 의석이 172석이라지만 100석 정도만 움직일 뿐이다. 70∼100석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17일 박 전 대표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 공개됐다. “정권교체를 했는데도 어려움이 많아지니까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 “사사건건 (내가) 말을 하면 불협화음이 난다”는 등 비판적인 내용이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의 2인자 관리는 늘 어려웠다.<표 참조>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경쟁한 사이다. 한때 당의 주류였다. 비주류가 된 지금도 친(親) 박근혜 진영은 강하게 결속돼 있다. 근래 더 확장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과거보다 (2인자 관리가) 더 어렵다”고들 말한다.

청와대에선 어떤 해법을 마련하고 있을까.

우선 국회 운영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근래 “친박 성향 의원들을 끌어안든 내치든 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끌어안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답한 일도 있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상임위별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접촉하는 것도 그 차원이라고 한다. 청와대 주변에선 “야당보다 ‘여당 내 야당’인 친박 진영의 협조를 구하는 게 더 화급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내년 초 인재 재배치 과정에서 친박 인사를 기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응할지 미지수다. 친이계 한 의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하고자 하듯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썼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그래야 할 텐데 박 전 대표가 수락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권 수뇌부에선 “박 전 대표가 소극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직한 일도 있었다. 근래 한 친박 의원이 여권 중진에게 인사 리스트를 가져온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의향이냐”고 묻자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설령 친박 인사를 기용할 수 있더라도 박 전 대표가 화해의 표시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했다.

장기적 관리법은 미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박 전 대표의 집권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손잡는 날이 올 것” “역대 2인자처럼 엇갈린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등 전망 자체가 엇갈리는 까닭이다.

◆박 전 대표 발언 공개 이유=박 전 대표는 그간 공개적으론 발언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사석에서도 그런 건 아니었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안별로 분명한 뜻을 밝혔었다. 다만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다. 박 전 대표는 17일 경제 관련 인터넷 매체 기자들과 오찬을 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으레 “비보도”라 여겼지만 의사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나 보다. 박 전 대표의 ‘속마음’이 활자화된 이유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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