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들 특명 1호 ‘자금을 끌어와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국민은행뿐만이 아니다. 요즘 은행권엔 자본 늘리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가시화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부실 채권도 늘어나는 추세라 미리 자본을 늘려놓지 않으면 자칫 내년 이후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의 채권을 발행하고 증자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국민은행은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당초 8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주 은행 창구에서 나흘 만에 7400억원어치가 팔려나갈 정도로 호응이 좋자 발행 물량을 크게 늘려 잡은 것이다. 국민은행의 후순위채는 이날 하루에만 1500억원 규모가 판매됐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연 7.7%의 고금리를 내세운 게 투자자의 시선을 잡았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길고, 은행 파산 시 채권 회수 순서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BIS 비율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은행으로선 손쉽게 BIS 비율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부담해야 한다. 국민은행이 1조5000억원어치를 다 팔게 되면 BIS 비율은 10.7%대로 올라간다.

은행권에서 올해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후순위채 물량은 6조원에 달한다. 국민·신한·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이날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또 이날 이사회에서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도 의결했다. 발행 목적은 ‘관계사 자금지원’이다.

이 중 상당액이 하나은행의 증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도 회사채 발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늘리기에는 보험사도 가세하고 있다. 보험사의 BIS 비율 격인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ING생명은 연말까지 3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네덜란드 본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자를 할 계획이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