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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急流 思考까지 전환-모든 정보 0과1로 저장.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국 플로리다주 플로리다테크에 유학중인 이윤우(李潤禹.34)씨와 서울 강남에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형 윤승(潤昇.37)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 연락하면서도 국제전화는거의 이용하지 않는다.편지는 전자우편을 통해,사 진등은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서로 주고 받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는 굳이 종이로 된 편지나 사진을 주고 받지 않아도더 생생한 사진에 그림까지 들어있는 편지를 교환하고 있다.
95년 여름 미국 보스턴.이곳으로 유학온 이용훈(35)씨는 우리나라의 전입신고에 해당하는.사회보장번호'신청을 전화로 하면서 당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화 접수를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기계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사람 말을 알아듣는 컴퓨터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여권번호.주소.이름.생년월일등을 말해줌으로써 그는 전입신고를 끝낼 수 있었다.며칠후 그의 집으로 사회보장번호증이 우편으로 배달돼 왔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상상이 어려웠던 이같은 생활의 변화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사람들은 그중 일부 변화에는 이미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기술이 있다.변화가 있는 곳에 디지털 물결이 있는 것이다.“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듯 사람들은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충격적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세계적인 미래학자 대니얼 벨은지난해 11월 내한 강연에서 디지털 혁명이 아는듯 모르는듯 진행중임을 설파했다.
미국 MIT 미디어연구소장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세상의온갖 것을 0과 1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디지털”이라고 그의저서.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이나 편지,기계의 음성인식등은 컴퓨터에서 수억개의 0과 1로 바뀌고 다시 기계적인 처리를 거쳐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글자.영상.음성으로 재생된다.그러나 이용자들은 0과 1이 중간에서 하는 일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교실만한 컴퓨터가 손바닥만 하게 됐고,태평양.대서양등을 가로지르는 광케이블에 수없이 많은 0과 1의 디지털 부호로 전화가 오가고,방송국 프로그램등이 실려 전세계에 전달되고 있지만 그러나 디지털 혁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네그로폰테 교수는 말한다.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도“손짓 한번,말 한마디로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로 디지털의 급류(急流)는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이들이 내다보는 세상은 곧.변화하는 곳에 디지털이 있다'는 명제를 확인하고 있다.
디지털은 기술뿐 아니라 각종 사회.문화현상과 인간의 사고(思考)에까지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인간의 삶을 규율하는 위치로 다가왔다.국가.지역간 국제질서도 디지털 기술의 우산 속으로 들어서고 있고 기술 우열의 자리매김도 디지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아날로그 기술의 패자(覇者) 일본이 대망의.21세기 태평양시대'문턱에서 미국의.디지털 핵폭격'에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게될 것으로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주도한 아날로그 고선명(HD)TV는 개화 (開花)도 하기 전에 미국 디지털 기술에 서리를 맞고 말았다.
21세기의 인간은 코맹맹이 기계음을 내는 로봇처럼 디지털식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디지털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에적응하는 체질을 갖게 될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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