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총파업 빨리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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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버드대의 펠드스테인 경제학교수는 한국경제는 성장률 6~7%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는 경제규모와 성장률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특히 국내 저축률이높아 투자 부족분을 국제금융에서 현명하게 처리하 면 난관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진단했다.반면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94년 외환위기를 겪을 때의멕시코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특히 외환자유화 조치와 총외채중 단기외채 도입증가 추세가 당시의 멕 시코 경제상황과 유사하다는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에서 적자가 나 돈을 빌리고자 할 때는 우선 기업체의 장(長)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아랫배를 내밀며 은행에 찾아가 회사가 잘 될 것이라고 큰소리로 설명하는게 상례다.적자가 났으니절약한다고 택시를 타고 초췌한 얼굴로 살려 달라 고 사정하면 빌릴 수 있는 돈도 빌려주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노사분규는 그러잖아도 힘든 경제를 더욱 과장해 나쁘게 보이게 한다.톰슨 문제로 한국에 대해관심이 큰 프랑스 언론들은 한국의 파업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고소해하고 있다.
노동계의 파업하는 방법도 여론을 의식해 시민에게 가급적 불편을 주지 않도록 방향을 전환했다는 보도를 보았다.노동운동도 우리나라 정치행정처럼 이제 겉치장에 신경쓰는 시대가 됐는가 보다.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노사관행을 선진화해야 겠다는 뜻에서 노동법이 개정됐다.그러나 입법과정에서부터 반대하는 쪽이나찬성하는 쪽 모두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이미 국회를 통과해 개정된 노동법에 반대하는 데모를 불법으 로 진행하고자 하는 노동운동가들도 매우 어려운 입장이고,과거 불법 데모를철저히 막지 못했던 정부도 이번에만은 법대로 집행해야 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어려운 입장처럼 보인다.이 시점에서 법개정 절차의 합법성을 따지는 법대 교수들도 우리 경제가 잘 돼가길 바라는 책임있고 정의로운 행동이라 보기 힘들다.
멕시코 경제파국을 재현하려는 우리경제는 과연 누가 책임지고 바로잡을 것인가.기업은 상급 노동단체의 지시로 자기 사업장에서의 내부 노사행위와는 무관하게 분규가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목소리를 감추고 있고,다음 선거에 나설 정치인들은 국가경제가 어디로 가거나 자신의 인기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해 눈치만 보고 있다.또 일반시민은 머리를 깎고 추운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노동계 지도자들은 불쌍하지만 노사분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방관하고 있다.지금 생산현장에 서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쉴새없이 수출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근로자는 농성현장에 참가할 여유도 없다.이들을 위해 대신 농성하는 사람들이 KBS 근로자들인가,병원 간호사들인가.
그러면 정작 무엇이 문제인가.노동법 개정을 철회하자는 것인가.개정전 노동법에서도 민주노총은 불법단체다.개정된 노동법을 또다시 개정하자는 것인가.법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노동법이나 관행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은 국제적 추세다.노동시장은 우선 질서가 있어야 유연성이 생긴다.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살린다.경제가 살아나길 누가 바라는가.국회.정부.노동 조합은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
멕시코 경제파국이 발생할 94년 당시 짓기 시작했던 우리회사의 멕시코 생산시설은 이제야 잘 돌아가고 있다.기업이 수출상품을 생산해야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고 국민소득도 증대된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생산현장에서는모든 근로자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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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 洵 勳 〈대우전자회장〉 배순훈 대우전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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