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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귤 vs 오렌지

중앙일보

입력

 하나는 동양, 다른 하나는 서양을 대표하는 감귤류다. 원산지가 중국인 귤의 영문명은 ‘만다린 오렌지(mandarin orange)’다. ‘만다린’은 중국 관리를 뜻한다. 미국인이 탄제린(tangerine)이라고 부르는 감귤류는 귤의 ‘사촌’이지만 껍질이 과육에 단단하게 붙어있는 것이 귤과는 다른 점이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영양적으론 둘 다 비타민C가 풍부하다. 100g당 비타민C 함량은 귤(48㎎)·오렌지(43㎎)·자몽(32㎎)이 비슷하다. 오렌지 1개만 먹어도 비타민C 하루 섭취량의 90%가 채워진다.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비타민C의 요구량이 늘어나는 사람에게 감귤류를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옐로 푸드답게 항산화 성분이자 노란색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공통적이다. 귤·오렌지를 다량 섭취하면 손바닥이 노랗게 변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게 먹으면 곧 사라지고 건강에 해롭지도 않다.

하얀 속껍질을 가진 것도 두 과일이 같다. 이 속껍질을 알베도라고 하는데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의 일종이다. 귤·오렌지를 즐겨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이 성분 덕분이다. 알베도에 열을 가하면 녹아 잼이 된다(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 속껍질엔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성분인 헤스페리딘(비타민P로 통한다)도 들어 있다. 따라서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감귤류를 속껍질째 먹는 것이 유익하다.

열량도 엇비슷하다. 100g당 열량이 귤 42㎉, 오렌지 43㎉로 일반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낮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귤(중간 크기)은 하루에 2(여성)∼3개(남성), 오렌지는 1개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

맛은 차이 난다. 오렌지가 신맛+단맛이라면 귤은 단맛이다. 이에 따라 귤은 주로 생과로 먹는데 반해 오렌지는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선 오렌지를 마말레이드(marmalade)로도 즐긴다. 오렌지 껍질을 채 썬 뒤 설탕을 버무린 것인데 대개 샌드위치나 빵 사이에 넣어 먹는다. 설탕이 다량 함유돼 열량이 높은 게(100g당 238㎉) 흠이다.

귤의 껍질도 유용하다. 오래 묵은 귤 껍질을 진피(陳陂)라 한다. 차로 만들어 마시면 식욕이 되살아나고, 설사·기침·구토를 멎게 하며, 이뇨 효과가 있다. 귤은 가을·겨울에 주로 나오지만 아열대성 과일인 오렌지는 일년 내내 생산된다. 귤과 오렌지는 열매가 녹색일 때 수확해 운반·저장하는 동안 노랗게 익는다. 그래도 덜 익으면 식물의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 처리를 해서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두 나무는 병충해에 약해 재배 시 농약을 사용한다. 또 손으로 직접 벗겨 먹는 과일이어서 손에 잔류 농약이 묻을 수도 있다. 따라서 껍질을 벗기기 전에 잘 씻고 먹는 것이 안전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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