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사세탁 보고서 파문-언론계 "유치하다" 냉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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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판적인 신문기사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집권자들은 대개.음모설'에 빠져들기 쉽다.불만 세력이 어딘가에서 악의적인 정보를 흘려 음해 기사가 대서특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 백악관도 예외는 아니다.백악관 법률자문관실은 지난 95년7월.클린턴 죽이기 기사 음모'라는 보고서를 작성,이른바 못된기사의 출처를 나름대로 파악해 보려고 했음이 최근 밝혀졌다.보고서는 음해 세력이.기사 세탁'.인터넷을 이용 한 기사 뻥튀기'등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림 참조〉 “든든한 재정지원을 받는 우익 단체가.너절한 이야기들'을 우선 피츠버그 트리뷴 리뷰등 미국 변방의 보수 신문에 흘려 기사화시킨다.이 기사는 인터넷을 타고 두가지 경로를통해 부풀려진다.
런던 선데이 텔레그래프등 영국신문들이 인터넷 내용을 인용,기사화하고 나면 월 스트리트 저널.워싱턴 타임스등 미국의 우익성향 신문들이 영국 신문기사를 받아 쓰거나 미국 신문이 직접 인터넷의 것을 기사로 쓰거나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사가 일단 워싱턴에.입성(入城)'하면 의회가 사실 확인등을 위한 조사 계획을 세우고,그걸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등.느림보 권위지'들이 비로소 기사를 쓴다.이로써 음해세력의 목적은 드디어 달성되는 것이다.” 보고서는▶피츠버그 트리뷴 리뷰지의 소유주인 백만장자 리처드 멜런 스카이프가 보수 언론이나 싱크탱크에 돈을 대고 있으며▶런던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폭로한 빈센트 포스터 전 백악관 법률자문관의 자살이인터넷에 뜨자마자 워싱턴 타임스가 이를 기사화한 점등을 주장의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언론인들은“만우절날 장난 같은 소리”(워싱턴 타임스 편집국장)“유치하기 짝이 없다”(데일리텔레그래프 워싱턴 지국장)는등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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