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은행에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필요한 곳 저금리로 돈 대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KBS1, 교통방송을 통해 방송된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세 번째 편에서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뭉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단합이냐, 분열이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남미를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가 끝난 지난 15일 밤(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숙소에서 이 연설을 녹음했다.

연설 첫머리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은 워싱턴에서 인사를 드리게 됐다. 지금 막 세계 20개 나라 정상들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라며 “이곳은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쌀쌀한 날씨에 가랑비마저 흩날리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단합’을 화두로 제시한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장에서의 일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정상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정상에게 ‘위기 대책들에 대해 내부의 반대는 없느냐’고 묻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나에게 지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어떻게 여와 야, 노(勞)와 사(使),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서민·일자리·중소기업을 우선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뒤 은행·노사·정치권을 일일이 거명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리겠다”며 “마른 논에 물을 대듯 낮은 금리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은행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강하게 독려해온 이 대통령이기에 이번 발언을 두고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성 경고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사는 모두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했다. 또 정치권에 대해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하나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또 “지금은 성장 전망이 중요한 게 아니며, 사력을 다해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상회의 결과 한국이 영국·브라질과 함께 합의 이행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고, 우리의 발언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격동의 시대에 실용적·능동적인 외교와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대통령으로서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