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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해외펀드 쓸줄 몰라-부담 큰 직접대출 의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96년 해외건설 수주액 1백7억달러 가운데 우리가 직접 돈을대고 사업을 추진한 개발형 공사는 약 33%선.95년(17.9%)보다 두배가량 늘었고 개발형 공사 실적을 처음 집계하기 시작했던 93년보다는 무려 3배 증가했다.
동남아등 돈이 없는 국가들은 시공업체가 직접 돈을 대고 사업을 벌인뒤 분양대금 또는 일정기간 통행료.임대료등을 받아 투자비로 충당하는 이 개발형 공사를 선호한다.
이같은 공사의 수주관건은 무엇보다 금융조달에 달려있다.이자나원금상환 부담없이 지분형태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조건이 더할나위없이 좋다.
요즘 기금도 풍족하다.사업성만 좋으면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있다. 종전에는 세계은행등이 사업을 벌이는 국가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으나 최근 민영화 사업확대를 계기로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형태로 바뀌면서 민간펀드가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95~96년중 생겨난 해외민간펀드는 모두 9개로 각 기금이 최고 20억달러에 이른다.
이들 기금은 아시아.중남미등의 민자유치 인프라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에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등과 달리 순수 민간주도다.

<표 참조> 수력발전소 공사를 벌인다면 ▶시공방법▶발전소 운영방안▶전력판매전략▶해당국가의 환율교환 방안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뒤 이를 해외펀드에 제출해 돈을 타낼 수 있다.
기금은 원리금 상환이 아니라 지분참여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 금융기관처럼 이자부담이 없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은 이 조건좋은 해외금융을 전혀 쓰지 못하고대부분 수주할 프로젝트보다 회사 이름으로 외국 돈을 빌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산성이 높은 사업계획을 만들어 이를 담보로 해외금융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금융에 무지한 탓이다.
따라서 단순 수주사업에만 매달리게 되고 개발투자형이라도 프로젝트에 따라 해외금융을 조달하는게 아니라 회사의 신뢰도로 일부조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부실공사나 부도등 국내에서 말썽이 일 때마다 신뢰를 잃게돼 금융조달에 한계가 있고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회사가 모든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해외펀드를 이용할 경우 이같은 부담이 크게 줄어들뿐만 아니라당장 이자 갚을 필요도 없어 마음놓고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우리가 넘겨다볼 개발형 공사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만도 2조5천억달러 정도.
10년간 추진될 인프라사업으로 거의 민간이 돈을 끌어대야 하는 프로젝트들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이같은 현실을 반영,내년초에는 아시아개발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국내건설업체 금융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 기법과 민간펀드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함께 국내에서도 최근 금융기관과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3억달러규모의 민간펀드(가칭 세계프로젝트 투자기금:GPIF)조성작업이 한창이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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