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통폐합이 태풍의 눈-금융개혁 어떻게 될까

대통령직속 금융개혁위원회가 뜬다는 발표에 접한 은행가의 첫 반응은“한바탕 회오리가 일 모양”(韓東禹신한은행상무)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업무영역조정 차원을 넘어 몇몇 은행들은 간판을 내리거나 바꿔달아야하는 거대한 합병 바람이 불 것이라는 반응이다.대통령 연두회견이 끝나자마자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이사회를갖고 종합기획부나 산하 연구소등을 통해 대책마련에 나 선 배경은 은행들 스스로 금융개혁위원회의 타깃이 자신들이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금개위(金改委)출범에 실무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덕훈(李德勳)박사는“금개위는 우리 금융산업의 구조와체질을 뜯어고치는 실행계획(액션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맡게될 것 ”이라면서“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항은 모두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이나 조정,진입장벽 문제등은 물론 구조조정 차원의 통폐합이나 합병.전환,그리고 그동안 터부시돼 왔던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소유구조)문제까지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금개위가 막바로 은행합병에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우선 은행과 보험.증권.종금등 금융권.금융기관들간에겹겹이 쳐진 업무영역부터 허무는 작업을 펴면서 규제완화를 통한금융자율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단기과제로 리스.할부금융.카드.파이낸스등 덩치가 작은 여신전문 금융기관들간에 업무영역구분을 없애 경쟁을 촉진시키는 작업부터 시작될 전망이다(魏聖復조흥은행상무).
그러나 규제완화나 업무영역 조정에는 결국 은행 통폐합을 겨냥한 의도가 담길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금융의 효율성 개선이나 자율화라는 말이 명분도 그럴듯하지만 내용은.경쟁 격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끼리 치고받고 한바탕 경쟁을 벌이는 동안 정부나 감독당국은.공정한 심판'노릇을 자임한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승자와 패자간 합병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금융연구원 梁元根연구위원).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내걸 경우 특히 그동안 은행들의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장사를 뒷받침해온 내용들에 손댈 가능성이 높다.보호막을 벗길테니 실력껏 한번 붙어보라는 방식이다.자신이 없으면알아서 실력있는 은행을 찾아가든지,비슷한 은행들 끼리 뭉쳐 살길을 찾든지,이판사판식으로 간판 내릴때까지 붙어보든지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은행법에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은행장 선출과 통폐합같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긴것도 이런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며,금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역시 통폐합 촉진장치들을 잔뜩 담고 있다.날치기 처리된 노동법역시 통폐합의 가장 큰 장애물인 인력조정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아무튼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노리는 통폐합바람이 올해 은행권주총이 끝나고 금융구조개선법이 발효되는 3월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그동안 발표된 은행간 합병에 대한 연구결과나 금융권의 관측들을 종합하면 은행합병의 형태는▶대형 화를 위한 대형은행간의 대등합병▶강자가 약자를 취하는 흡수합병▶약자들끼리뭉치는.생존형'합병의 세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형은행들의 경우 최근 경영실적이 가장 좋은 조흥.국민.신한은행등이 합병의 주체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반면 최근 경영이 극히 부진했던 제일.서울은행과 후발은행중 동화.동남.대동은행등은 올해 최우선 과제를.살아남기'에 두고 움 직이고 있다.지방은행들간에 영업기반과 간판을 유지하기 위한 제휴나 합병도다각도로 모색될 전망이다.
이밖에 기능이 비슷한 국책은행들간의 통폐합은 정부의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시범케이스로 단행될 가능성이 엿보인다.그러나 전혀 발상을 달리해 잘되는 은행끼리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합병 조합을 지금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다.

<손병 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