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맛축제에 2주새 20억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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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에서 열린 ‘전주 천년의 맛잔치’ 행사장의 김치담그기 장면. 이틀 뒤 전주시 덕진동 종합경기장의 ‘전북음식 맛축제’에서도 똑같은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전주시 제공]


 전북도·전주시가 식품을 테마로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최근 2주새 세차례나 열었다. 각 행사마다 수억원씩 모두 20억원의 예산을 썼다. 공무원들조차 “행사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20억원 ‘펑펑’=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전주 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는 ‘2008 발효식품엑스포’가 열렸다. 전북도·전주시가 함께 주최한 이 행사는 총 13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전북도가 10억원, 전주시가 1억원을 지원했으며 나머지 2억원은 기업의 참가비와 광고 협찬비 등으로 모았다.

이달 1~5일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에서는 전주시 주최로 ‘전주 천년의 맛잔치’가 펼쳐졌다. 한식의 전통 계승을 내걸고 지난해 이어 올해 두번째로 진행했다. 행사비 4억5000만원은 모두 전주시가 댔다.

맛잔치가 끝난 2일후인 7일부터 이틀간 전주시 덕진동 종합운동장에서는 ‘전북 음식 맛축제’가 열렸다. 향토음식 개발을 취지로 내건 행사로 전북도·음식업중앙회 전북지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전체 행사 비용은 3억원. 이중 2억5000만원은 전북도가 지원했다. 행사비 가운데 5000만원은 가요제를 진행한 MBC이벤트업체가 가져갔다.

전주 시민 양오봉(대학교수)씨는 “아무리 맛의 고장이라지만 같은 지역, 같은 시기에 큰 돈을 들인 식품행사를 세차례나 여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들 행사의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는 서로 차별화 된 것이 없이 비슷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1일 ‘전주 맛잔치’가 열린 코아아울렛에서는 1000인분 비빔밥 비비기를 행사를 가졌다. 실내 행사장에는 남원·김제·진안·무주·장수 등 지방자치단체의 향토음식 홍보관이 차려졌다. 김치담그기·폐백음식 체험 행사와 향토요리·가족요리 경연대회도 열었다.

7일 전주 종합경기장의 ‘전북 음식 맛축제’ 현장에서도 1000인분 비빔밥 비비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전북도내 14개 시·군의 향토음식 및 창작웰빙음식 경연대회·김치담그기와 두부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전주시 맛잔치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발효식품엑스포에서는 식품업체들이 참여해 김치·장류·건강식품을 전시·판매했다. 고추장 담기·치즈 만들기 등 체험 이벤트도 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이들 행사 외에도 일년에 50여 개의 크고 작은 향토축제가 개최되며, 그 비용으로만 130여 억원이나 된다. 문명수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세 행사가 ‘전통 음식의 맛을 알리자’는 기본 취지가 같아 통합했더라면 비용이 절감되고 효과도 배가 되는 등 시너지 효과도 컸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전북도의회 김명수 문화관광건설위위원장은 “행정사무 감사 등을 통해 축제·이벤트의 난립, 예산낭비 실태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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