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부부 이혼 … 재산 지키기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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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패 혐의로 해외 망명 중인 탁신 친나왓(사진·右) 전 태국 총리가 부인 포자만 친나왓(左) 여사와 이혼했다. 그러나 태국 언론은 재산을 지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탁신 전 총리는 14일 홍콩 주재 태국 영사관에서 포자만 여사와의 32년 결혼 생활을 청산하는 이혼서류에 서명했다고 그의 대변인 퐁텝이 15일 밝혔다. 퐁텝은 “두 사람은 이제 법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남남이 됐으며, 이혼의 구체적 이유는 사적인 부분이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콕포스트는 16일 태국의 한 정치 소식통을 인용해 “탁신의 이혼은 대부분 포자만 여사 명의로 돼 있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이혼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탁신 전 총리의 한 가족도 “서류상의 이혼일 뿐이며 둘은 총리 재임 시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반부패위원회는 지난해 탁신 명의 재산은 6억1400만 바트(약 246억원), 부인 포자만 명의 재산은 85억 바트(3406억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외로 빼돌린 재산은 실사되지 않아 실제 재산은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국 군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번 이혼은 포자만 여사가 태국으로 돌아가 자기 명의의 재산을 보호하고 영국 비자를 재신청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무혈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전 총리는 쿠데타 세력이 그의 부패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영국·중국·두바이 등을 돌며 해외 망명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그가 망명을 희망한 영국 정부는 지난 8월 그의 영국 비자를 취소했고 12일에는 필리핀 정부도 그의 망명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현재 중국에 850만 달러를 투자해 자신이 거주할 호화 주택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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