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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는 흔들리고 역습은 느릿 … 허정무호 숙제 안고 사우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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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숙제를 잔뜩 안고 16일(한국시간) 19년 무승 징크스(3무3패)의 땅 사우디아라비아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사우디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두고 15일 도하에서 치른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허 감독은 국내파 20명 중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한 선수 전원을 기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박지성(맨유)·이영표(도르트문트)·박주영(모나코) 등 주전급 유럽파가 대거 빠져 조직력이 흔들린 가운데 수비에서 스리백을 시험하는 등 고민의 흔적이 뚜렷했다.

◆흔들린 수비와 느린 역습=가장 아쉬운 점은 수비 조직력이었다. 전반전 템포를 조절하며 상대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던 대표팀은 후반 들어 선수 교체로 인해 조직력이 흔들리며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경기 내용보다는 승점이라는 실리를 우선으로 사우디전을 준비하고 있는 허 감독은 후반전 수비에 치중하는 스리백까지 시험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랜만에 실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하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서 혼선이 생겼다. 스리백이 익숙지 않은 선수들은 움직임이 비효율적이었고 시간이 가면서 집중력도 떨어졌다. 13일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사우디 선수들이 체력과 1대1 능력을 바탕으로 한 순간에 골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한 터라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사우디를 무너뜨릴 필살기로 준비하고 있는 역습 전술은 예리함이 떨어졌다. 시차 적응이 덜 된 탓인지 패스의 정확성과 속도가 떨어져 상대 수비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상대를 압박해 역습 상황을 연출하는 데까지는 좋았으나 마무리로 연결되지 못했다.

◆팀에 녹아드는 국내파=반면 대표팀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선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m90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정성훈(부산)은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타깃맨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냈다.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좋아 카타르 수비진이 여러 차례 손을 사용해 저지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근호(대구)와의 콤비플레이가 살아난다면 충분히 사우디 문전을 위협할 수 있다.

이청용(서울)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어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했다. 김치우(서울)·김형범(전북) 등 뛰어난 프리킥 자원을 가진 대표팀에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이 생긴 셈이다. 대표팀은 20일 오전 1시35분 리야드에서 사우디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다.

리야드=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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