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풍년 드니 김치가 안 팔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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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배추 풍년 탓에 포장김치가 안 팔린다. 중국산 제품의 멜라민 파동으로 인한 먹거리 불신도 김치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에선 하반기 들어 김치 판매가 크게 줄었다. 올 들어 3월까지만 해도 이마트의 한 달 포장김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18% 늘었다.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한 건 6월부터. 특히 멜라민 문제가 불거진 9월엔 김치 판매량이 17%나 줄었다. 10월(-13%)과 11월 상순(-20%)의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반면 11월 배추 판매량은 8% 늘었다. 이마트 김윤섭 과장은 “배추가 금값이었던 지난해엔 포장김치가 김장 재료에 비해 훨씬 쌌기 때문에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많았다. 올해는 그 차이가 크게 줄어 직접 김장을 담가먹겠다는 소비자가 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협유통은 김장 20포기를 담그는 데 12만원대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비슷한 양(50㎏)의 포장김치를 사는 데도 11만~14만원 정도가 든다. 이런 추세는 롯데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장김치는 9월(-16%)·10월(-10%) 연속으로 두 자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457명 중 69%가 “올해 직접 김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직접 김장을 했다는 이는 58%였다. 다급해진 김치업계는 할인행사·공장견학 등의 이벤트로 손님 끌기에 나섰다.

김치 전문업체인 한성식품은 자체 쇼핑몰 ‘한성몰’을 통해 다음달 12일까지 각종 포장김치를 15% 싸게 판다. 10㎏에 3만7000원대이던 포기김치 값이 3만2000원으로 내렸다.

이 회사 윤광배 팀장은 “김치 가격은 시중 배추 값 등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김장 재료 값이 너무 내려 할인행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동원F&B는 다음달 19일까지 ‘동원 양반 김장투어’를 연다. 참가비 6만원을 내면 충북 진천군 김치공장에서 직접 김장을 해보고 10㎏의 김치도 가져갈 수 있다. 이 회사 서정동 팀장은 “최근 먹거리 불안 때문에 포장김치도 믿기 어렵다는 소비자가 많아 직접 공장을 둘러보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하선정 김치’는 아예 김장을 직접 하겠다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소금에 절인 배추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섞은 김치 양념을 따로 포장한 ‘DIY 세트’를 판매하기로 한 것.

CJ제일제당 박은영 마케팅 부장은 “직접 김장 재료를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포장된 김치를 사는 것도 미덥지 않다는 소비자들을 노려 세트 상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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