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일제히 광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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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左) 등 당직자들이 18일 오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광주=양광삼 기자]

18일 하루만큼은 광주가 대한민국 정치의 수도였다. 여야 대표들은 모두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152명의 당선자 중 100여명이 대거 광주를 찾았다.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20여명의 당선자가 행사에 참석했다.

전날 취임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오고 민주개혁 세력이 원내 안정의석을 확보했다"며 "이제야 광주 영령 앞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5.18이 우리나라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정신이 지역을 초월해 한반도 전체에 이어지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평등.평화.자주가 5.18 정신"이라는 점을,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심"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최대 이슈는 박근혜 대표의 참석이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대학생 5명이 기습적으로 '박근혜 대표의 망월동 참배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화갑 대표는 "학생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한나라당이 여기 오는 것 자체가 광주 정신에 굴복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공식적인 국가 행사에 야당 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장은 朴대표의 참석에 대해 "지나간 어두운 시절의 잘못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것"이라며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辛의장은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 피해 보상 및 진상조사에 대한 지역 기자들의 질문에 "광주뿐 아니라 유신독재 시절의 잔혹한 행위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정확한 진상조사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朴대표를 겨냥했다.

행사 시작 무렵 다소 딱딱한 표정이었던 朴대표는 대부분의 5.18 유가족들이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자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다. 19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이후 수감돼 82년 옥사한 고(故) 박관현씨의 누나 박행순(55)씨는 "세상이 변하긴 변했다"며 "적으로 싸웠던 당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참배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뜻 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각 당 대표들은 서로 악수를 나눴지만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도 모습을 나타냈다.

광주=김선하.이가영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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