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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타운, 녹지와 용적률 맞바꿔 ‘윈윈 재개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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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05면

1 녹지 보전과 공간 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초대형 복합건물 미드타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파격적 건축으로 유명하다

여기가 과연 땅값 비싼 도쿄가 맞나 싶다. 지하철 롯폰기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정원 같은 광장(플라자)이 펼쳐진다. 쭉쭉 뻗은 가로수 아래 유선형 벤치가 흘러내릴 듯 누워 있다. 빌딩 뒤쪽으로 돌아가자 푸른 하늘과 잇닿을 듯 푸른 잔디가 뻗어 있다. 산책로 한가운데 인공 개울이 흐르고, 그 옆으로 유모차를 끄는 부부가 지나다닌다. 세로로 접힌 지붕이 파격적인 건축물(‘21_21 디자인 사이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설치미술품이다. 지난해 3월 정식 오픈한 대형 복합건물동 ‘도쿄 미드타운’의 풍경이다.

미드타운은 2003년 입성한 ‘롯폰기 힐스’와 함께 ‘도쿄 속의 도쿄’를 상징하는 곳이다. 최고층 건물 미드타운타워(54층·248m)는 도쿄 최고 높이의 전망을 자랑한다. 미드타운타워를 포함해 6개의 대형 빌딩 안에는 호텔·레지던시 시설·사무실·쇼핑센터·식당가·병원·미술관까지 없는 게 없다.

내 집 같은 산책로 … 쇼핑·문화 한곳서 즐겨
방위성 옛 건물을 헐고 조성된 미드타운은 단지 상업지구에 그치지 않는다. 전체 부지의 40%가 녹지로 조성돼 모든 시민이 제집 앞마당처럼 드나들 수 있다. 녹지는 히노키초 공원과 맞닿아 도심 속 산책로를 만들어 낸다. 미드타운의 코어 아키텍트(core architect)를 담당한 니켄 설계연구소(이하 니켄 설계)에 따르면 녹지는 결코 우연한 선물이 아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조성됐다.

당초 방위성 부지를 매입한 부동산 투자 개발회사 미쓰이 후도산은 ‘제2의 롯폰기 힐스’ 이상을 계획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어 아키텍트를 맡은 니켄 설계는 마스터 아키텍트 SOM과 긴밀히 협의해 인근 히노키초와 맞물려 개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부지 동쪽의 히노키(노송) 숲부터 부지 서쪽까지 ‘녹지 동선’이 이어지게 한 것이다. 평일에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열린 공간을 드나들면서 거대 빌딩에 대한 거부감도 상쇄됐다.

2~4 건물 안팎에 설치된 미술품이 상업 이미지를 상쇄한다 5 시민들의 정원처럼 활용되는 플라자(광장)에 놓인 나무벤치

자연은 외관에만 있지 않다. 빌딩 내부에도 곳곳에 심어 놓은 대나무와 인공 분수가 일본식 정원을 연상케 한다. 유리 천장을 이용한 자연 채광에다 목재 중심의 내부 자재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대형 오피스빌딩인데도 내 집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미드타운의 또 다른 자랑은 곳곳에 설치된 조각·미술품이다. 내부에도 미술관이 두 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21_21 디자인 사이트’와 쿠마 겐코가 설계한 산토리 미술관이 그것이다.
이들 미술관은 모리미술관(롯폰기 힐스 모리타워)<20A9> 도쿄국립신미술관과 함께 도쿄가 자랑하는 ‘아트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자연과 상업과 예술이 윈윈하며 공존하는 매력적인 풍경이다.


어떻게 개발됐나…“소유자만이 아닌 사용자도 기뻐할 공간으로”
도쿄타워·오다이바지구·롯폰기 이즈미가든·미드타운… 현재 도쿄 도심 풍경의 많은 부분이 이들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계획·토목·건축·환경·플랜트 등 종합설계사의 위용을 자랑하는 니켄 설계 얘기다. 니켄 설계는 2004년 ‘세계건축(world architectural)지’ 집계 때 설계 부문 매출액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일본 내 설계사 도급 순위 1위로 매출액이 연 380억 엔에 이른다. 한마디로 도쿄 재개발의 실무를 쥐고 흔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상석연구원(이사) 다카유키 이시카와는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재개발에서 녹지와 공공시설 등을 많이 확보하면 시민에게도 윈윈”이라고 말했다.

-미드타운의 녹지 비중이 큰 게 인상적이다.
“도쿄 미드타운은 기본적으로 민간 디벨로퍼가 주도한 곳으로 상업·오피스 기능이 우선이었다. 전체 40%를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둔 것은 사업자로서도 큰 결단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면도 있지만 도로의 정비, 공개 공간과 녹지의 확보를 통해 용적률의 할증과 형태규제 완화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지구계획제도에 따라 용적률을 670%얻게돼 개발사업으로서의 채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도로를 넓혔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 시원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다.”

-오사카 난바파크의 옥상 정원과 돔형 야구장 주변의 시민광장은 상업시설의 활기와 공공성을 잘 살린 예로 꼽힌다.
“계획단계에서부터 역(驛)으로의 접근성과 보행자의 안정성을 염두에 뒀다. 주변 주택가도 고려했다. 경기가 없을 때에도 공원처럼 활용할 수 있게 공간을 계획했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 공간이 사용되고 있어 기쁘다. 내게 공공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소유자만이 아닌 사용자도 어떤 것을 기뻐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사업자와 주민 간에 이해가 충돌할 땐 어떻게 하나.
“설계자는 사업자 요구 안에서 멀티 클라이언트를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와 주민을 중재·조화하는 역할이다. 한국에서도 종로 개발 등을 두고 논쟁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일본의 경우 지진을 대비한 방재(防災)가 매우 중요하다. 위험하게 밀집된 시가지는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강제적 사업엔 반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한국에선 기존 건축물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보편화돼 있다.
“내 경우 기본 설계를 하기 전에 먼저 주시하는 게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지역에 살릴 것과 남길 것을 파악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동인천역 재생 계획의 자문을 했는데, 그때 둘러본 역 주변 한복점이 인상적이었다. 새로 개발되는 건물의 마당을 만들고 둘레에 한복상점을 남기는 쪽으로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은 기존 커뮤니티를 어느 정도 파괴하지 않을 수 없다. 100% 남길 순 없을지라도 70~80% 유지시키고 싶다, 적어도 0%는 되지 않게 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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