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철 목돈 기쁨은 잠깐-농민 家計 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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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 쌀농사가 전에 없는 대풍이라지만 막상 농민들의 표정은 썩밝지가 못하다.
추곡수매로 목돈이 들어왔지만 기대만큼 수입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의 추곡수매가는 가마(80㎏)당 13만7천9백90원으로 95년보다 4%가 올랐다.그 러나 뛰는 물가와 자녀 교육비등 늘어가는 소비지출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경기도평택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황정동(38.가명)씨의 소득을 통해 농민들의 경제적 형편을 가늠해 보자.
지난 87년 고향인 경기도평택시오성면에 내려온 황씨는 논 7천5백평과 밭 1천2백평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다.
황씨의 연간 소득은 4천만원(96년 기준)정도.쌀농사로 연간1백50가마 정도를 거둬들였는데 기름값.인건비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1천5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쌀보다는 밭농사가 짭짤했다.
지난해 밭에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오이를 재배해 2천5백만원을벌었다. 이 돈으로 영농자금 상환액 1천4백만원과 주택은행 대출 3백만원을 갚고 나면 손에 2천3백만원이 남는다.
남는 돈으로 황씨 부부를 비롯,칠순을 넘긴 부모님과 아들.딸등 여섯식구가 1년간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중학생인 아들과 초등학교 학생인 딸아이의 학원비등 교육비와 보험료로 매달 50만원,20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농협의 농어가 목돈마련저축등 적금에 매달 40만원을 넣고 있다.
또 연로하신 부모님의 의료비(월평균 30만~40만원)와 자신의 용돈등 각종 경비를 제하고 나면 여유 돈은 거의 없이 빠듯한 형편이다.
그래도 주변의 다른 농민들에 비하면 황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농림수산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5년 우리나라 농가(95년말 현재 농가인구 4백83만8천명)의 평균 소득은 2천1백80만원(그래프 참조)이었다.
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연구위원은“농민들은 과일.채소등 특용작물을 재배하거나 향토음식등 지역 특산물을 관광상품으로 개발,소득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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