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피는 한국인, 그의 꿈은 태극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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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게 아니라니까요.”

토니 애킨스는 1m80cm로 그리 크지 않지만 덩크슛을 할 정도로 탄력이 뛰어나다. [김경빈 기자]

어려운 단어는 못 알아들을 때도 있지만 툭툭 던지는 말의 억양은 95% 한국 사람이었다. 검은 피부와 굵은 머리카락은 이방인이었으나 눈은 우리처럼 갈색이었다. ‘하프 코리안(혼혈인)’ 농구선수 토니 애킨스(28)가 12일 한국에 왔다. 재미동포 어머니(전명순)와 농구선수 출신 흑인 아버지(주얼 애킨스)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내년 한국농구연맹(KBL)의 국내 선수 드래프트에 나오기 위해 귀화를 신청했다.

포인트가드인 애킨스는 고교 3학년 때 미국 주니어대표를 했고 조지아주 올해의 고교선수로 뽑혔다.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에서 1학년 때부터 주전이었지만 작은 키(1m80㎝) 탓에 NBA 지명을 받지 못했다. 올해 초까지 5년간 유럽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는 7월 KBL의 외국인 드래프트 때 첫선을 보였다. 팀들은 필요 때문에 장신센터를 뽑았지만 모두 그에게 반했다. 김동광 KBL 경기이사는 “국내 선수 드래프트에 나오면 1순위가 확실하다. 최고 포인트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킨스는 “KBL 경기를 보니 한국 최고라는 김승현(오리온스)의 경우 슈팅과 시야가 좋고 픽앤롤 공격도 잘하지만 나와는 수준이 다르다”며 “내가 더 높이 뛰고, 더 빠르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한국에서 실패한 포인트가드이자 혼혈선수인 토니 러틀랜드의 전력을 얘기하자 그는 “나는 언어가 통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애킨스는 5세 때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외할머니(작고)와 함께 살았다.

애킨스의 등에는 성조기 사이에 태극 마크가 그려진 문신이 있다. 그는 “한국 대표로 뛰고 싶다. 내가 나가면 중국이나 중동팀을 이기고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다. 한국의 어린 선수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KBL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8강, 더 나아가 4강에 올라 농구를 부흥시키겠다는 ‘런던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KBL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로 모비스에서 활약했던 에릭 산드린과 유럽 리그에서 뛰는 포워드 그렉 스티븐슨 등 한국계 혼혈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김주성·방성윤·하승진 등에 하프 코리안들까지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해볼 만한 전력이 된다.

성호준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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