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나의해>2.美 여자투어 도전 프로골퍼 박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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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5시30분이면 불이 켜졌던 분당 이매촌 S아파트 3층 어느 방.지난 겨울부터는 30분이 당겨진 5시에불이 켜진다.미국 LPGA투어에 도전장을 낸 한국여자골프의 1인자 박세리(20.삼성물산)가 기상시간을 앞당긴 것이다.로라 데이비스(영국),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캐리 웹(호주)등 세계최고의 골퍼들과 본격적으로 맞대결을 앞두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다.
박은 오는 17일 미국으로 떠난다.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로 날아가 세계 최고의 골프지도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리드베터에게 가르침을 받을 예정이다.리드베터는.스윙머신'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영국의 닉 팔도조차 스윙폼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르침을 받는.골프의 명의'다.박은 그에게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지도받을 예정이다.
박은 그전에 완벽한 체력을 갖추기 위해 요즘 강도높은 훈련을하고 있다.기상과 함께 잔디가 깔린 집근처 하천가를 2시간 가까이 뛰고 오전9시부터는 스윙훈련에 나서며 오후4시에 귀가,저녁식사후(5시) 하체단련과 퍼팅훈련을 계속한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훈련이다.
오후9시부터 취침시간 전까지 단 1시간이 그녀의 유일한 자유시간.박세리는 이 귀중한 시간에 책을 읽거나 꽃꽂이에 매달리며여자다움을 기르고 마음을 다스리는.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미 PGA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시니어투어에서 뛰고 있는 일본골프계의 대부 아오키 이사오(55)는“말이 안통하는 미국무대는외로웠다”며 미국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이유를 기량보다 문화의 차이때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미국무대가 전혀 두렵지 않다.이민을 시도했던아버지 박준철(46)씨를 따라 하와이에서 3년간 생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영어도 웬만큼 할 수 있고,양식.중식.한식을가리지 않고 잘 먹어 생활에 불편은 없다.힘에 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박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백40.지난해 장타자로 소문난 로라 데이비스와의 대결로 국제적인 수준임을 검증받았다. 박세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은 쇼트게임.그린근처의 잔디가 길고 유리같이 미끄러운 그린공략에 적응해야 한다.
박세리는“긴 홀에서는 누구와도 싸워볼 자신이 있지만 아직은 쇼트게임이 마음대로 안된다”며“지난해부터 좀더 부드러운 폼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면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박찬호(LA 다저스)에 이어박세리가 미국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지켜보자.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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