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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영화로 부활하는 메이란팡의 1957년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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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6월 중국의 저명한 기자 겸 작가였던 차오쥐런(曹聚仁)의 부인 덩커윈(鄧珂雲) 여사와 메이란팡(梅蘭芳) 선생이 베이징 호국사(護國寺) 1호 정원에서 찍은 사진


▶리밍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 메이란팡의 포스터

한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홍콩 영화배우 리밍(黎明ㆍ42)이 여자로 분장한다. 영화 패왕별희로 유명한 천카이커(陳凱歌) 감독의 신작 ‘메이란팡(梅蘭芳)’에서 메이란팡 역을 맡았다. 영화는 대륙에서 12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메이란팡(1894~1961)은 한국인에게는 낮선 이름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경극배우이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유명한 경극(京劇) 배우였다. 메이란팡은 청대의 경극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중국 희곡예술의 큰 스승으로 평가받고있다. 외모도 출중하여 왕징웨이(汪精衛·1883-1944),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장쉐량(張學良·1901-2001)과 함께 민국시대 중국 4대 미남으로 손꼽힌다.(http://blog.joins.com/xiaokang/9234619)

메이란팡은 특히 경극에 종종걸음으로 나오는 여자 주인공 화단(花旦) 역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대의 명배우 청옌추(程硯秋), 상샤오윈(尙小雲), 쉰후이성(荀慧生)과 함께 사대명단(四大名旦)으로 불린다. 항일전쟁 기간 중국을 침략한 일본인 앞에선 무대에 설 수 없다며 공연을 하지 않았던 애국인사다. 공산당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 49년 이후 중국희곡연구원 원장, 전인대 대표직도 연임했다. 게다가 한국전쟁 당시에는 북한으로 와 중국군을 위한 위문공연도 했다.

그는 외국 공연도 잦았다. 경극의 세계화에도 힘썼다. 그의 연기는 매파(梅派)로 일가를 이뤘다. 지금은 그의 자손이 대를 잇고 있다.

위 사진은 중국 현대의 저명한 기자 겸 작가였던 차오쥐런의 아내와 1957년 베이징 자택에서 찍은 사진이다.

57년 6월 차오쥐런은 메이란팡 선생과 베이징에서 종종 만났다. 메이란팡의 집(호국사 1호)은 베이징 중심부인 시단(西單)으로 돌아 들어가다 인민극장을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남향의 커다란 저택이다. 원래 경왕부(慶王府) 자리의 건물이었다. 전성기 때 메이란팡은 경왕부에 가 공연을 하곤 했다. 수 십년이 지나 메이란팡이 그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 전형적인 사합원(四合院)으로 손꼽히는 건물로 현재는 메이란팡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다.

중국인들의 경극 사랑은 남다르다. TV에 경극 전문 채널이 있을 정도다. 전통물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혁명 시기의 이야기를 각색한 경극도 있다. 배우들의 분장, 손동작, 몸동작, 대사까지 경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 독특한 매력에 쉽게 빠져든다. 단 대사는 독특한 고음의 어조때문에 알아듣기 어렵다.

경극 외에도 중국 전통 희곡 중 가장 오래된 곤극은 아기자기함이 그 특징이다. 곤극(崑劇)은 명(明)나라 중기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쿤산현(崑山縣)에서 만들어진 희곡 및 전통극, 곡조를 일컫는다. 삼국지의 여포(呂布)와 초선(貂嬋)의 이야기를 소재로한 연환기(連環記)는 곤극의 대표작이다. 천인커 선생이 말년에 푹 빠진 장르가 바로 곤극이었다.

올 연말 극장에서 만날 메이란팡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메이란팡이 생전에 공연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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